1995년 헝가리에 처음 와서 부다페스트에서 5년을 살았다.
그때 이곳에서 장을 보곤 했었는데.....
오늘 구역 정부에 갈 일이 있어 갔다가 날씨가 좋아
하겸이랑 언드라쉬 우트 리스트 생가 쪽 놀이터에서 놀았다.
차를 그쪽에 주차를 했기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서 갔다.
전에는 이런 텐트가 없었다. 그냥 나무로 된 테이블에 자기가 직접 기른 농산물을
가지고 나와서 팔고, 꽃도 팔고 그랬는데....
토요일 아침이면 활기찬 장이 서곤 했는데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내일은 이 모든 테이블이 꽉 차겠지.
난 항상 이 건물 안에서 고기도 사고, 운 좋으면 배추도 사곤 했었는데.
아직도 이 시장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웠다.
거의 매일 이곳에 와서 무 하나 파 한 단, 오이 하나....
빵도 사고 그랬었는데....
안에 들어갈 가... 하다가 놀이터가 너무 가고 싶은 울 아들 손잡고
바로 놀이터로 갔다.
노숙자 분들이 놀이터 옆에서 자리 잡고 술을 마신다.
경찰 아저씨가 뭐라 하시니 화를 내시며 싸움이 일어나듯...
긴장하고 지켜보다가 혹시나 몸싸움 생기면 바로 자리 떠날 생각에 지켜보니
아니다. 그냥 노숙자 분들은 다시 자리 잡고 누우신다.
언드라쉬 우트면 헝가리 가장 번화가 거리다.
바찌 거리랑 데악 띠르 그리고 영웅광장을 연결하는,
이쪽에 웬만한 대사관이 다 있다.
그럼에도 한 골목 안쪽은 이렇다. 그냥 부다페스트 서민들이 살고
노숙자가 자리 잡고 누워 술 마시고.
어찌나 소리소리 지르시는지....
나이는 이제 30대 초반 같은데 목이 다 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헝가리는 어디나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절대 소리 지르는 일이 거의 없는 곳이다.
그 조용함을 이 젊은 집시 엄마가 혼자 다 흔들어 깨운다.
이분이 아이들 부르고 큰소리로 야단칠 때마다
하겸이 놀래서 나에게 와서는
아줌마가 소리 질러,
아줌마가 화를 내.
참 이쁜 젊은 엄마가 딸을 데리고 나왔다.
헝가리는 하루 한 번은 이렇게 엄마나 아빠, 아니면 엄마, 아빠 다 같이
놀이터에 나와서들 논다.
비가 오면 산책이라도 꼭 한다.
집안에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멋쟁이 모자.
하겸이도 선글라스 차에 두어야겠다.
이런 날 선글라스 쓰고 놀게.
헐....
이 녀석 장난 아니다.
아예 물속처럼 모래에서 뒹굴고 놀더니 이젠 모래는 먹는다.
그런데 부모가 멀리서 보기만 하네.....
모래를 뿌리기도 해서 은근 신경 쓰여 자꾸 하 겸이 만 바라보고,
옆의 젊은 엄마는 보다가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지만....
참 이쁜 엄마다.
딸이랑 노느라고 맨발로 모래밭에 들어가 저리 앉아서 논다.
난 의자에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는데.
예쁜 공주님이 엄마 손을 잡고 오네.
울 아들 또 비둘기 쫓아다닌다.
울 아들 덕분에 비둘기들이 날기 연습을 다 하네.
게으른 비둘기들 안 날고뛰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낮게
아주 낮게 날았다가 또 뛰고.
울 아들 덕분에 비둘기들이 날기 연습을 다 하네.
젊은 집시 엄마가 아이들 큰소리로 악을 써 부르더니 나간다.
집에 가는 줄 알았다.
아니다.
놀이터 밖 잔디밭에 자리 깔고 누웠다.
그리고 딸들이랑 아들을 또 소리소리 질러서 부른다.
그냥 조용히 말해도 워낙 조용해서 다 들리는데....
딸이 4명이구나.....
그런데 아들은 엄마가 아무리 목이 터져라 불러도 안 온다.
저기 저리 앉아서는 들은 척도 안 한다.
하겸이가
엄마 찌찌 보이는 형이다. 찌찌가 보여.
더워서 옷을 벗었나 봐.
참 이상하다.
문이 버젓이 있는데 꼭 저리 담을 타고 넘어서 들어온다.
놀이터에.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나 바라보는 나만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결국 3살? 어린아이는 중간에서 떨어졌는데 안 운다.
막내는 기저귀 차고 있는 것이 두 돌은 안 된 듯싶은데....
우리 아들 발바닥에 묻은 것 손으로 벗기고 있다.
하겸아~~~
이리 와, 발 닦고 신발 신고 가자.
엄마, 티라노라 트리케라톱스랑 상어랑 고래랑 다 같이 오자.
데리고 오고 싶어?
응.
아까 남자아이가 가지고 온 공룡이랑 상어를 모래에 던지고 발로 차는 것을
본 하겸이 자기 공룡이랑 상어가 생각이 났다.
그래,
다음에 올 때는 공룡이랑 상어랑 고래랑 트럭도 다 가지고 나와서 놀자.
23년 전 낯선 이곳을 장바구니 들고 긴장하며 못하는 헝가리 말
더듬더듬 말하며 장을 봤었는데,
변한 것이라고는 접이식 지붕을 설치한 것과
깨끗한 놀이터로 변했다는 정도.
그전에도 여기는 놀이터였고 공원이었다.
더 깨끗하고 깔끔하게 바뀌어서 다행.
개가 못 들어 가게 개 공원은 따로 만들어 그것도 좋다.
전에는 개 똥 피하느라 신경이 곤두섰었는데.
다음에 아빠 사무실에 올 때 여기서 또 놀자,
그때는 안 시장에서 장도 보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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