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 때면 햇마늘을 엄청 많이 산다.
한국처럼 어딘가에 주문해서 배달받고 그런 것이 아니라
슈퍼, 마트, 대형 마트 등 매일 한 번씩 들러서
좋은 것으로 골라서 사 가지고 와서
까서 저장을 하는 것이다.
일년 동안 사용할 마늘을 이때 사서 분류해서
냉동 보관을 해서 일 년 동안 먹는 것이다.
작년에는 작은 딸이 집에서 놀면서 매일 마늘을 까줘서 고마웠는데
올해는 그냥 혼자니까...
그런데 손이 아리다.
울 작은 딸 작년에 손이 아렸겠다.
어쩜 이리 이쁜지. 마늘 냄새가 엄청 강하다
몇개만 사도 차 안이 마늘 냄새로 가득하다.
물속에 담가 놓고 까야한다. 속에 미끌미끌한 것이 있어서
손바닥으로 비벼서 벗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일회용 장갑을 끼고 까봤는데 ....
결국 맨손으로 까야 한다는. 햇마늘은.
울 신랑 먹을 마늘 장아찌 일 년 치 담가 놓고,
이걸 담가놔야 맘이 안심이 된다.
이 큰 병이면 일년은 먹으니까.
이건 김치 담글 마늘.
이렇게 4봉지 까서 냉동고에 넣었지만 부족하다.
이번 주는 매일 마늘을 까야할 듯.
요건 삼계탕이나 수육용 마늘,
작은 부직포 주머니에 담아서 냉동을 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먹는다.
지난주부터 매일 저녁 틈틈이 마늘을 까서 보관을 하다가
오래전 생각이 났다. 마늘 껍질을 버리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동명여중에 입학을 했는데,
실내 체육관이 없는 작은 중학교는 매주일 아침 조회를 운동장에서 했다.
한 겨울 추위에도 예외는 없었다.
다들 줄을 서서 칼바람 맞으며 5분만 서있으면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금처럼 핫팩이 있던 시절이 아니다.
무엇보다 스타킹을 신고 구두를 신은 발이 문제였다.
그래도 위는 코트를 입고 교복 치마 안에는 속바지라도 입었지만
발은 얇은 스타킹에 난방이 안 되는 구두였다.
조회가 끝나고 교실로 들어갈 때쯤이면 발이 얼어서 걷기가 힘들었고,
밤이면 동상 걸린 발가락 때문에 간지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때 친정엄마가 어디서 들었는지 마늘 껍질을 삶아서 그 물에 발을 담그면 좋다면서
매일 저녁이면 마늘 껍질 삶은 물에 두 발을 담그게 하셨었다.
효과가 별로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겨울이면 내 두발은
마늘 껍질 삶은 물속에 있곤 했다.
지금은 실내 체육관에서 조회를 하거나 아니면 교실에서 방송으로 하지 않을까?
그때는 왜 그리 추웠는지...
주번들이 석탄을 받아와서 난로에 넣고 태우다 보면 점심 전에
석탄은 다 떨어지고, 한 번은 빨래 비누를 가지고 와서
난로에 넣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몇몇 학생들이 빨래 비누를 가지고 와서 한 번씩 난로에 넣고 태우곤 했었다.
발 시린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고 자라는 내 새끼들이다.
손 시린 것이야 눈사람 만들면서 살짝 느끼지만 그것도 아픈 정도가 아니라 그냥 살짝.
이런 면에서는 참 좋은 세상이다.
아이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따뜻하다.
아침에 하겸이 유치원에 데려다주면서 전부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횡단보도마다 있는 작은 깃발이다.
특히나 학교나 주택가 횡단보도에는 작은 통에 깃발 5~6개가 꽂혀 있다.
아이들이 건널 때 들고 건너가라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반대쪽에 있는 통에 다시 꽂아 놓고 가면 되는 것이다.
언제 하겸이랑 저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 건너는 연습을 해야겠다.
아주 작은 거지만 좋은 생각이다. 저 작은 깃발.
이런 황당한 일이.... 헝가리라 가능하다.
아침에 하겸이 유치원에 데려다주려고 대문 열었는데.....
엄청 시끄럽고.
도로포장 공사 중인데....
그런데 차가 없다.
세상에....
우리 집이 있는 길 양끝을 모두 막았다.
중간중간 작은 골목도 다 막았다.
짧은 길이 아닌데.
그럼.... 난 어쩌누....
일단 끝까지 가니 막아 놓은 길을 열어는 주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사이사이 길도 저리 다 막아 놓아서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다시 끝에 가서 아저씨한테
34번지에 사는데 집에 가야 한다고 하니 열어 주신다.
그렇게 3일을 지냈다.
헝가리 사람들 진짜 착하다.
버스도 안 다니니 다들 긴 저 길을 걸어서
다른 길과 만나는 곳까지 가서 버스를 탔을 텐데....
게다가 하루도 아니다.
삼일을 그렇게 길을 막았다.
그런데 아무도 불평을 안 한다는....
헝가리라서 가능한 것이다.
평일에 3일씩 긴 도로를 앞 뒤 다 막고 공사를 하는 나라.
그런데,
살다 보니 이런 헝가리가 좋다.
빨리빨리 재촉하지 않아서 좋고
여유 있게 서로 배려하며 기다려 주고,
돌아서 가고, 언성 한번 안 높이고 이해해 주는 나라라서.
무조건 소리 높이고 화부터 내지 않고
내가 실수를 해도 먼저 가라 양보해 주는 곳이라서
요즘 따라 정신없는 난 감사하다.
그런데....
너무 이러다 보니 세월아 네월아 책임감이 좀.
조카 택배는 결국 되돌아갔다.
온다고 해서 이틀을 꼬박 집 지키고 있었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틀을 더 집에 만 있었는데.
남편에게 전화로 온다는 날 안 오고, 조카에게 메일로 배달 된다는 날도
기다려도 안오고, 그러더니 나 집에 있었는데 왔다 갔단다.
3일도 더 지난날에... 그래서 조카는 취소했다. 주문을....
헝가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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