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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콩나물도 땀을 흘리며 저리 열심히 자라는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8. 11. 28.

콩나물을 키우고 있다.

이번 주 유학생들에게 콩나물 국을 끓여주려고,

귀한 콩이다.

머~~~ㄹ리 멀리 은아 목장에서 2년 전인가? 보내주신.

그 콩이 아직도 몇 줌 남아서 이렇게 아주 가끔 키워서 국도 끓이고, 무침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콩나물에 물을 주는데....

콩나물이 저리 용을 쓰면서 자라는구나.

콩나물도 열이 날 정도로 애를 쓰는구나...

이건 콩나물이 자라느라 애를 쓰는 땀인가 보다.

전에도 이런 거를 봤었지만...

오늘 아침은 한참을 들여 다 보았다.

이렇게 애를 쓰면서 최선을 다해서 자라고 있구나.

콩나물들이.

이렇게 열을 내면서 각자 최선을 다해서,

콩나물도 저러는데

하나님의 영으로 창조된 우리가 어찌 하루하루를 대충 살아서야 되겠는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우리가.

하은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심한 우울증으로 한 달이 넘게 힘들어했다.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매일 울었다.

이때는 하은이도 헝가리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난 헝가리에서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힘들고 지치고 너덜너덜 해져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게 울고 울고 또 울면서 지내던 어느 날,

그날 아침 하트 종이를 오려서

엄마 힘내세요, 엄마 하은이가 엄마 사랑해요,

라고 쓴 하트 편지를 주고 학교에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고 또 얼마나 울었던지.

그 날 오후,

하은이가 바이올린 레슨을 받는 동안,

차 안에서 성경을 읽을 때

이 말씀이 내 눈에서 눈물을 닦고 나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면서

분명 책망의 말씀인데 나에게는 위로의 말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주님이 나를 지켜보고 계시며 가슴 아파하고 계시는구나...

그날로 우울증이 없어지고,

하루하루 내 아이들과 함께 예배하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다시 힘을 내어 살았다.

오늘 콩나물을 보다가 그때의 내가 생각이 나서 성경을 보니

내가 저리 적어 놓았구나.....

그리고 어느새 14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 사진은 도대체 몇 년 전 사진인지...

이 날 초대한 가족이 수정이네 였다.

그러니까..... 벌써 12년? 13년 전?

사람이 살다 보면 이렇게 여유 있고 느긋하며 평안할 때도 있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함께 교제하며

좋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서로가 위로도 되고 힘도 되어주는 그런 시기가.

애들 키우는 동안에는 바빴다.

그때는 어째 교회일도 바빴다.

여전도회니, 구역장이니, 기도모임, 성경공부....

그렇게 매일 다음 날 스케줄 준비를 하면서

하루하루 정신없이 미친 듯 보내는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이건 아닌데....

할 때 기도모임을 하게 되었고, 다시 정신 차리고

무리에 휩쓸려 주님 일을 한다는 착각 속에 헛된 시간 보내지 않게

나를 잡아주는 귀한 시간도 있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라는 특별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공항처럼 왔다가 갔다가

다시 왔다가 또 어느 날 순식간에 사라졌다.

예를 들면 12명이었던 내 구역은 2년이 지나자

나랑 한 명 빼고 모두 바뀌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의 자리는

새로 헝가리로 오는 분들로 채워지고

사진을 보면 두 달이나 3달에 한 번씩 구역원이 떠나고

새 구역원이 왔다.

그럴 때면 맘이 힘들었고,

떠난 분의 자리가 바람이 불고,

새로 오는 분과 친해지기 위해 긴장하고,

그렇게 보낸 시간들 속에서 상처도 참 많이 받았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말씀으로 비 온 뒤 무지개처럼

나에게 위로를 주셨다.

말씀으로, 찬양으로, 성령님의 따뜻함이

잠자고 깨어나는 나를 감싸면서

항상 위로를 주셨다.

그런 날은 잠에서 깨어나는 내가 찬양을 하고 있었다.

작은 녀석이 찍은 마당의 호비 락이다.

11월부터 시작하는 헝가리의 긴긴 겨울이 가면

2월 말이면 호비락이 저리 꽃을 피우고,

3월 말이 되면 해가 길어지면서

헝가리의 따뜻한 봄이 시작된다.

겨울 내내 봄을 기다렸다. 해가 짧은 헝가리에 살면서 알았다.

내가 해가 반짝하는 환한 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흐린 해가 없는 날이 얼마나 힘든지.

헝가리에서 23년을 산 지금은,

예전만큼 봄을 목을 빼고 기다리지는 않는다.

그런다고 빨리 오는 것이 아니기에.

인생은 그랬다.

조급해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안달하면서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이 일하심을 믿고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도하면서 예민해야 한다는 것.

우리 동네 풍경이다.

말 두 마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나이 든 당나귀 한 마리가 저 정도의 짐을 싣고 가는 일도 많다.

그럴 때면 나이 든 당나귀가 안쓰럽다가도

80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졸면서 가는 모습을 보면

나이든 당나귀가 할아버지의 친구이며 보호자 같이 보이기도 한다.

내가 사는 동네는 나랑 같이 나이 들어간다.

이곳에서 20년을 사는 동안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새댁 같이 곱던 꽃집 아줌마는 살집이 오른 중년 아줌마가 되었다.

젖병 물며 기저귀 차던 작은 녀석은 대학생이 되었고,

옆집 아들은 이혼하더니 재혼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변하고 자라고 늙어가고

변한다.

반복을 통해서.

매년 겨울이면 까마귀들이 찾아와서 호두를 먹는다.

올 해도 어김없이 찾아와서 마당의 호두를 까먹는다.

소리도 어찌나 요란한지....

이르드에서 산 20년 동안 반복된 일들이다.

물론 같은 까마귀는 아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변한다.

이젠 50 중반이 된 내가 앉아서 두 딸이 떠난 빈 집에서 글을 쓴다.

전쟁하듯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 싸고,

애들 깨우고 늦었다며 정신없이 출근하고

퇴근해서 와서는 청소하고, 저녁 준비하고, 내일 도시락 준비하고,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들었던 일상이 도대체 언제였었나... 꿈만 같고.

9년 동안 재밌게 아이들하고 함께 다니며 직장생활을 했지만

다시 한다면 그럴 수 있을 가... 싶은 시간이었다.

다 때가 있구나,

우리 주님은 정확히 아시고 우리에게 그때마다

환경을 허락해 주시는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아주 오래전 부다페스트에서 함께 기도했던 분과 카톡이 연결이 되었다.

처음에는 누구지????  했었다.

얼마나 반갑던지....

내 연락처를 물어물어 먼저 연락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몇 주 전부터 생각나고 오래전 그때 1월 5일부터 4월 6일까지

매일 안식일 교회에서 기도하던 그 시간이 생각나고 했었는데...

성령님의 교통 하심이었나 보다.

이렇게 연결해 주신 주님의 뜻을 헤아려 본다.

두바이에 있을 때 남동생이 사용하던

작은 태블릿이랑 스피커를 주었다.

요즘 이것으로 찬송가를 틀어 놓고 있으니 참 좋다.

지금은 나에게 시간이 허락되었다.

기도하면서 이 허락된 시간을 잘 사용해야겠다.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쉬고 있었다.

이제 두 번째 책을 정리해야겠다.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