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하겸이만 놓고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첫날이라고 엄마들이 있었고 나도 집이 멀다 보니 첫날이니 있을까? 하고
그냥 밖에 같이 있었다. 사실 궁금하기도 했었다.
그걸 본 하겸이가 엄마가 계속 있어야 한다 하고,
또 간식이랑 물, 헝가리 말이 안 되니 한 번씩 나와서 엄마를 찾으니
결국 일주일 내내 노트북 들고 같이 갔다.
매일 게임을 했고 시상식이 있었다.
울 아들도 3등, 2등 과자 선물을 받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겸이를 지켜보다가 좀 놀랬다.
하겸이가 전혀 방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때리면 그냥 맞고 놀리거나 나쁜 말을 해도 하지 말란 말을 못 하더라는 것이다.
마지막 날,
사진을 찍으러 안에 들어갔는데 8살 헝가리 남자아이가 장난으로 하겸이 머리를 툭 쳤다.
선생님들은 게임을 진행하느라 못 보고, 하겸이는 뒤에서 다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은 장난이었다. 그러다 더 세게 또 툭 치고, 그러더니 아주 빠르게 세게 계속 하겸이 머리를
눌러서 하겸이가 주저앉고 이마를 바닥에 두 번을 박았다. 그 사이 하겸이는 소리도 못 내고 당황해서 울다가
뒤에 있는 엄마를 발견하고는 뛰어 와서 안겨서는 서럽게 운다
하겸아, 싫어, 하지 마라고 말을 했어?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고 운다.
하겸아, 싫어, 하지 마라고 말을 해야 해, 안 하면 계속 때리는 거야.
집에 와서 다시 하겸이 손을 잡고 말을 한다.
하겸아, 누가 하겸이를 놀리거나 때리면 싫다고 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해.
그럼 나 더 때리면 어떻게 해.
더 안 때리게 하기 위해서 말을 해야 하는 거야. 말을 안 하면 계속 놀리고 괴롭히거든.
그럼 나랑 안 논다고 하면 어떻게 해
(많은 아이들이 너랑 안 놀 거야, 넌 내 생일에 초대 안 할 거야로 협박을 한다, 4,5살 꼬마들도)
그럼 안 놀아도 괜찮아, 근데 그냥 화가 나서 하는 말이라서 다음 날 또 친구하고 놀 거야.
유치원에서 알렉스랑 즈네로랑 싸워도 또 친구하고 놀고 하잖아. 꼭 하겸이가 하지 말라고 해야 해
그리고 연습을 시켰다
하지 마, 싫어, 그만해.
한국말과 헝가리어, 영어로
그런데 그 말을 못 하더라는 것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시켰더니 겨우 "하지 마" 하는데 그 말 들어서는 장난이려니 더 때릴 것 같아서
크게, 큰소리로 해야 해. 그래야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듣고 도와주기라도 하지.
때려서는 안 되지만 맞고 오니 또 너무 속상하다.
지금 유치원은 토끼 동산 같다.
다들 그만그만하고 애들이 서로 재밌게 잘 논다.
가끔 다툼이 있어도 하겸이가 스트레스 받을 그럴 정도는 아니다.
이번 캠프를 지켜보면서 우리 하겸이가 외부 공격에 전혀 방어를 못하고
자기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보니 걱정이 된다.
정말 한 대 맞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두 번째는 자기 방어로 때려도 된다고,
자기를 보호해야 한다고
때리라고 해야 하나... 그냥 맞게 할 수도 없고.
아들 키우니 이런 걱정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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