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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아들, 유치원에 있는 동안 엄마는 아들 생각 뿐이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9. 9. 6.

수요일,

이날은 20명 중 10명만 수업하는 날이다.

그래서 8시 30분에 아빠랑 같이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준비물이 노 마킹 운동화랑 컵, 여벌의 옷이 전부다.

그런데 이 노 마킹 운동화가 쉽게 눈에 안 띈다.

그래서 샀는데 ....헐... 저렇게 충전을 하면 불이 들어온단다.

그것도 모르고 밑이 생고무라서 샀는데...

아무래도 학교에 실내화로는 못 보낼 듯싶다.

불이 엄청 밝고 계속 색이 변해서...

그냥 재밌게 집에서만 신기로.

 

드디어 찾았다.

노 마킹이라고 바닥에 적혀있는 운동화.

그렇게 준비물 준비해서 갔다.

이쁜 녀석.

뒷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우리 아들 학교 생활이.

레고놀이하는 하겸이,

살짝 걱정이 되는 것은 말이 안 통해서 답답해할 텐데...

엄마 2시에 올게.

하고 나왔다.

오후 1시 30분에 미리 가서 살짝 들여다보니 우리 아들 혼자 저리 앉아서 구경만 한다.

아직 친구를 못 사귀어서.

하루 종일 얼마나 답답했을 까 싶어 안쓰럽다.

그래도 눈치껏 잘 참고 따라 했을 우리 아들. 대견해라.

 

엄마를 보자마자 안겨서는 울먹인다.

왜? 우리 아들 왜?

"목말라, 너무 목말라. 그런데 물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

물이 마시고 싶었는데 물이 없고 누구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참은 우리 아들.

엄마 보자마자 서럽다.

하겸아, 쏘미어쉬 버족 해야지, 비즈,비즈..해야지

그럼 미리 말을 해줬어야지.

하는 우리 아들.

물병을 주니 반 병을 한숨에 마신다.

정말 목이 많이 말랐구나....

 

드디어 정상 수업 첫날이다.

하은이 새벽부터 하겸이 사진 찍으라 카톡 보내고,

호두나무 아래서 등교 첫날 사진을 남겼다.

멋진 우리 아들.

그리고 누나들하고 페이스톡 하고.

내 새끼 어찌 이리 이쁠꼬.

 

유치원에 가니 뒷문이 잠겨 있다.

그래서 뛰어서 앞으로 갔더니만 오늘부터 8시 등원이란다.

그러니까 30분 지각한 것이다.

에휴... 정말 앞으로 이러면 안 되는데... 에미가 영... 부실해서...

그런데 어제 너무 힘들었나 내 손을 잡고 안 놓는다.

그래서 선생님이 오셔서 하겸이 손을 잡고 카페테리아로 가셨다.

8시 등원을 해서는 아침 인사를 하고 30분에 아침을 먹으러 가나 보다.

그걸 모르고 30분에 왔으니 우리 아들 쭈뼛쭈뼛.

다행히 선생님이 하겸이 손을 잡고 들어가 주셔서 감사했다.

앞문은 항상 열려 있지만 유치원 쪽 뒷문은 15분 정도만 열린다.

미리들 와서 기다리는 학부모들.

전날 30여분 기다렸기에 이 날은 시간 맞춰서 갔어도 기다렸다.

에고~~ 내 새끼가 웃네.

엄마 보자마자 웃으며 선생님이 따주셨다며 보여준다.

선생님 말씀이 남자 체육선생님을 보자 살짝 긴장했지만

금방 좋아하며 체육시간 내내 즐거워했단다.

그리고 미술시간에도 좋아했단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우리 아들

프랑스어로 물감이 뭐냐고 묻는다.

이제 적응했나 보다.

영어, 헝가리어로 엄마랑 같이 게임하며 오갔는데

구글 번역으로 프랑스어로 물감, 자동차, 색칠... 열심히 찾아서

아들이랑 같이 발음 따라 하며 웃고.

프랑스어 기초 정도는 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3일째인 오늘,

유치원에 8시에 도착을 하니 우리 아들 웃으면서 들어간다.

이제야 안심이 된다.

 

오후에 데리러 가서 우리 아들을 보니 환히 웃는다.

그러면서 바로 안겨서는

엄마, 내가 오늘 이 옷을 입어서 친구들이 다 나한테 달려들었어.

그래서 이렇게 이렇게 했어.(악어의 색을 바꾸는 행동)

한다.

선생님이 오시더니 오늘 악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을 그렸는데

하겸이가 악어 옷을 입고 와서 친구들이 모두 하겸이 한테 가서

옷에 있는 악어의 색을 바꾸면서 즐거워했단다.

우리 아들 오늘 악어 옷으로 스타가 되었구나.

행복한 표정의 우리 아들.

엄마도 하늘을 날듯이 기쁘다.

내 새끼가 웃어서.

 

 

 

손으로 악어를 쓸어내리면 초록색이 파란색이 된다.

다음 주부터는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오후에 하겸이 옆에 2~3명의 사내아이들이 함께 만지고 웃는다.

아직 서로 대화가 안 되지만 같이 놀았었나 보다.

이렇게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같이 올라가면서 오랜 친구가 되기를 바라서

선택한 학교였다.

국제학교를 다닌 두 딸들은 매년 친구들이 떠나고 새로 오고...

그리고 한국 친구들이 어쩌다 오면 좋을 때도 있지만 상처받는 일이 더 많았었다.

우리 아들은 프랑스 학교에서 헝가리 친구, 프랑스 친구.... 학년 같이 올라가면서

오래오래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