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나이 든 과실수들이 애를 쓰고 열매를 맺고 있다.
꽃은 체리꽃만 눈부시게 활짝 폈었는데 나 모르게
아니 내가 뒷마당을 안 나가서 못 본 사이 배, 사과, 살구등
작은 열매들이 열렸다.
살구나무는 거의 죽었는데도 열매가 몇 개 달렸다.
처음 이사 와서 남편이 장미 나무를 심었다.
아치로 멋진 장미 문을 만들겠다고.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아치로 만들려면 계속 다듬어 주고 묶어 주고 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 집 대문에 있는 장미는 아치가 아니라
그냥 늘어져 있고 한 번씩 잘라 준다.
앞마당에는 무화과나무 한 그루랑 두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태풍에 우물 앞 호두나무가 부러지고 그 자리에 오디나무가 저절로 자랐다.
그래서 지금은 앞마당에는 호두나무 하나랑, 무화과나무 하나, 그리고 오디나무가 있다.
뒷마당으로 가는 길에 호두 나무가 또 한 그루 있다.
언제 자랐는지도 모르는 사이 뒷 마당에 없던
오디나무가 한 그루 또 생겼다.
올 해는 어찌나 오디가 많이 열렸는지.
손으로 잡아 당겨서 오디 따먹는 재미가 좋다.
살구가 가지 휘어지게 정말 많이 열리고 바닥이 노랗게 될 정도로
떨어져 쌓였던 살구나무였는데...
이젠 나이 들어 열매가 별로 없는 나무인데 안쓰럽고 고맙고.
배나무다.
우리 집 배나무는 배가 정말 달고 맛나다.
우리 아들 과일 좋아하는데 올해 열리는 배들은
모두 따서 냉동 보관이라도 할까 보다.
뒷마당 무화과나무는 어려서 열매가 없었는
올해 처음 열매가 보인다.
울 아들 무화과 열매 찾아서 엄마한테 보여주느라 바쁘네.
놀이터 옆에 있는 자두나무.
이사 오고 처음 몇 해는 열매를 많이 주더니
요즘은 거의 열매가 없다. 나이 들어 힘든가 보다.
제일 맛있는 사과를 주는 사과나무.
이 사과는 너무 맛있어 김치 냉장고에 가득 담아 놓고 초겨울까지 계속 먹곤 했었다.
이것도 자두나무.
애기 주먹만 한 자두가 열리곤 했었는데.... 이젠 자두 보기 어렵다.
뒷마당에 있는 호두나무다.
이곳 호두는 겨울 내내 까마귀들의 밥이 된다.
그리고 체리 나무다.
매년 가장 큰 기쁨을 주는 체리 나무.
꽃도 꼭 벚꽃처럼 화사하고.
이사 가면 이렇게 마당에서 불을 피우지는 못 할 것 같다.
감자도 구워 먹고, 잔가지 모아 태우기도 했었는데.
우리 아들 크면 아빠랑 밤에 마당에서 불장난한 거 기억하겠지?
오래전 사진을 발견하고
우리 집 마당에 잔디가 저렇게 예뻤었구나.... 새삼스럽다.
이런 잔디 만들겠다고 남편이 뒷마당 과실수 몇 개 잘라내고 땅을 다 파서 뒤엎고
잔디 씨 엄청 뿌리고 매일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주었었다.
저리 예뻤었구나... 우리 집 뒷마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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