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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처음 물건을 사본 하겸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7. 24.

하겸이는 맘이 여리고 수줍어한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람이나 낯선 환경에서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아들이다.

레고 캠프가 너무 재밌고 좋지만 선뜻 손을 내밀어 친구 손을 못 잡는 아들이다.

아니 친구가 내민 손도 바로 잡지 못하고 머뭇머뭇하다가 다른 친구가 손을 먼저 잡는다.

그런 아들이 오늘 돈을 들고 가서 자기가 먹고 싶은 슬러시를 샀다.

물론 사러 가기까지 한 시간여 머뭇거리고,

"엄마가 사줘"

"엄마가 곁에 있어 줘"

"엄마랑 같이 가"

그렇게 계속 갈등하고 고민하고.

"아까 엄마가 하겸이 아이스크림이랑 빵을 사줬잖아, 이제 슬러시는 하겸이가

직접 아빠가 주신 돈을 가지고 가서 사봐, 그래야 해."

"바로 앞에 엄마가 앉아서 보고 있으니까 하겸이가 가서 돈을 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해도 

아시고 주실 거야. 한 번만 해보면 그다음부터는 괜찮아."

"아까 하겸이 보다 어린 아이도 물을 사갔어, 저 꼬마 돈도 안내고 컵을 달라고 해서 빈 컵 

받아서 가네, 하겸이 보다 한 살은 어려 보이는데? 하겸이 한 번만 해보면 그다음에는 괜찮아"

 

밀레니엄 파트 연못 옆에 작은 매점이 있다.

여기서 아이스크림도 팔고, 커피도 팔고, 빵, 핫도그, 여러 가지를 파는데

곧 철거한단다. 좀 아쉽다.

장사하시는 부부는 어쨌든 계약이 끝났거나 구역 정부의 결정이니 따라야 하겠지만

장사가 제일 잘되는 이 여름에 철거를 해야 하니 정말 속상하겠다 싶다.

 

거의 한 시간여를 엄마 팔에 매달려 애원하고 울먹이고

떼를 쓰다가 결국 용기를 내서 돈을 들고 간 하겸이.

저기까지 가는데 몇 번을 갔다가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아줌마 앞에 섰다.

우리 아들이.

그리고 파란색 슬러시를 사 가지고 와서는 너무 좋아 입술이 자꾸 벌어진다.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한지 삐죽삐죽 웃음이 새어 나오는 우리 아들.

그러더니

갑자기 물을 사고 싶단다.

한 번 해보더니 자신감이 마구 생기는 우리 아들.

두 번째는 여유가 있어 보이는 우리 아들.

차가운 물병 직접 꺼내서 거스름돈 받아 쥐고 신나서 뛰어 오는 우리 아들.

내일은 아이스크림을 직접 사고 싶다며 "퍼지끼렉"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아들.

이렇게 한 뼘은 또 자랐다.

밀레니엄 파크에서 하겸이가 물고기 밥을 주는데 

대략 10살은 넘어 보이는 소년이 오더니 라벤다를 사란다.

200 포린트(8백 원 정도)에 사라며 향이 너무 좋다고 말을 하는 소년의 얼굴을 보니

쑥스럽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보여서 사줬다.

그랬더니 친구들에게 뛰어가면서 "나 부자야~~~" 한다.

소년이 들고 있는 라벤다를 다들 사주면 좋겠단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저 나이가 되면 이렇게 라벤다를 가지고 나가서 팔 주변머리가 되려나?

혼자 생각하고 웃었다.

 

만 6 살 우리 아들이  드디어 혼자서 슬러시를 사고 물도 샀다.

오늘은 레고 따보르 끝나면 혼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싶다 하고 연습한다.

앞으로 더 자신감을 가지고 세상을 경험하겠지.

우리 아들 바지를 다림질하다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

아빠 와이셔츠 다릴 때면 우리 아들 바지가 섞여 있고 우리 아들 바지를 다릴 때마다

그저 이 바지 입고 신나게 뛰어놀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야지~~~ 하며 혼잣말을 한다.

귀하디 귀한 내 새끼 바지네~~ 하면서.

어제도 엄마에게 감동과 큰 기쁨을 준 우리 아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