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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가을 햇살 아래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9. 19.

점심 약속인데 하겸이 내려주고 집에 들어왔다가 나가면

오히려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안 들리고  맘모트 옆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다.

거북이들 밥을 사고, 태산이 간식을 사고 나오니 꽃들이... 예쁘다.

양손 가득이라 눈으로 만 보고 또 보고.

랑고쉬를 좋아하지만 아침부터 기름진 것은... 그래서 패스.

지나가다 소꼬리 보고 줄을 섰다.

예전에는 검은 털이 있는 소꼬리를 도끼 같은

무지막지한 칼로 잘라 줬었는데,

이젠 저렇게 깔끔하게 손질을 해서 팩에 넣어 판다.

소꼬리 하나에 2만원(한국처럼 엉덩이뼈와 살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말 딱 꼬리만 판다.) 정도.

그런데 양이 작아서 보통은 2~3개를 해야 한다.

찬바람 나니 오래오래 푹 끓여서 하겸이랑 신랑이랑 먹여야지 싶은데,

집에 와서 후회했다. 하나 더 살것을...하고.

그렇게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던 안심이 오늘은 너무 좋은 게 있다.

1kg에 4만 원이니 비싸네, 송아지 안심은 조금 더 비싸고.

안심을 못 구할 때 아쉽지만 등심으로 대신하곤 했는데

등심은 1kg 2만 원이 조금 안된다.

오늘은 어째 고기들이 정말 좋아 보인다.

오늘따라 야채, 과일 다 좋아 보인다.

파까지 싱싱해 보여 지나치지 못하고 파도 한단 샀다.

꼴바스 볼 때마다 저게 순대면 얼마나 좋을 가... 생각하곤 한다.

아침 7시에 나와서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

헝가리식 진한 커피에 에그 샌드위치 하나 먹는데

그냥 기분이 너무 좋다.

지나가는 강아지, 유모차 아기들, 마스크 한 어르신들...

시내에서 이렇게 여유 있게 한량처럼 앉아서 시간 보내니

그냥 기분이 좋다.

생일 때 남편이 준 돈으로 산 새 운동화를 신어서 더 기분 좋은 아침이다.

태산이가 절대로  밟지 못하게 해야지.

하얀 운동화가 햇살에 눈이 부시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하얀 운동화 칫솔로

열심히 빨아서 신고 다녔던 생각도 나고.

너무 귀엽다.

어디들을 가시기에 저리 중무장을 하고들 손을 잡고 가는지.

그런데 마스크는 안 하니, 아가들아?

애기 엄마들 모임인가 보다. 엄마들이 젊고 활기차 보인다. 

딸들 어릴 적에도 난 저렇게 활기차고 젊지는 않았던 듯싶다.

특히나 저런 여유가 왜 그땐 왜 없었는가 싶다. 

 

 

오늘 아침 헝가리 정부에서는

941명의 코로나 19 확진자 나왔다고 발표했다.

어제도 그제도 계속 500~700명이었는데, 다시 941명이 되었다.

그런데도 법으로 정한 대중교통이나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길거리나 공원등에서는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는다.

하은이가 이번 주는 가정의(하즈오르보쉬) 에게 가서 공부를 하는데

담당 의사 선생님이 마스크를 

안 한다고. 마스크를 해도 걸릴 텐데 그냥 빨리 걸리는 게 낫다고 했단다.

웃어야 할지 참 난감하고 어이없고.

하은이 한테 넌 절대로 마스크 벗지 말고 하루 종일 마스크 하고 있으라고 했다.

손도 자주 소독하고. 

한국은 코로나에 걸리면 어느 지역에 사는 몇 살, 성별을 알려주는데 

헝가리는 전혀 그런 정보가 없다. 그냥 숫자만 발표를 한다.

그러다 보니 더 답답하다.

자주 손 소독하고 마스크를 한다 해도 안심할 수가 없으니...

학교에 갈 때마다 마스크 걸이에 마스크를 걸어서 보내는데

자꾸만 마스크가 걸이에서 빠진단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 마스크 걸이를 해서 보냈는데 체육시간에

여자아이가 잡아당기면서 고리가 끊어졌는데 선생님이 가지고 갔다며

엄마를 보자 울먹이는 아들.

그러더니 하는 말이,

"엄마가 내 마스크 걸이 써, 엄마 거를 선생님이 가져갔어"

자기 생각에 엄마 마스크 걸이가 끊어졌고 선생님이 가져간 것이

엄마 얼굴을 보자 미안하고 큰일이란 생각이 들었나 보다.

괜찮다고, 체육시간에 하겸이가 다칠까 봐 선생님이 가져간 것 같은데

괜찮다고 안심시키고.

그래도 엄마가 절대 벗지 말라 단속을 하니 점심시간에만

마스크를 벗고 계속 쓰고 있는 아들이 대견하다.

많이 불편할 텐데... 정말 우리 아들 마스크 없이 학교도 가고

체육도 하고 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