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집 밖을 나갔다.
우체국에 가야 해서.
오전에는 60세 이상만 장을 볼 수 있어서 안되니
하겸이 온라인 수업 끝나고 12시 넘겨서 우체국을 가는 길에
마트까지 들르기로 했다.
그동안 장을 안 가서 화장실 휴지도, 계란도, 하겸이 요플레도...
다 떨어졌다.
코로나로 나가기 힘들 때는 그냥 집으로 좀 갖다 주면 좋으련만
꼭 우체국에 와서 찾아가라 하니.
올 해는 이렇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니 참...속상하고 답답하고...
그래도 제법 대답도 하고 손도 들고.
한마디 한마디 하는데 어찌나 대견한지.
우체국에서 나와서 마트로 가는 그러니까 이르드 시청 앞이라고 할까나...
센트룸으로 가니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한다.
음.... 이르드는 시골스러우니까...트리도 어째 그러네.
차로 20분이면 부다페스트 시내인데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트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앞에 계신 할머니는 마스크를 두 개를 쓰셨다.
검은색 천 마스크를 안에 쓰고 필터가 있는 마스크를 위에 또 쓰시고.
라텍스 장갑도 끼시고.
그만큼 헝가리 사람들도 이젠 코로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일 게다.
난 스프레이 소독약을 들고 계속 뿌리고 하겸이가 뭐만 만지면 또 뿌리고.
집에 오면 손 부터 씻기고.
물 마시고 싶다는 하겸이 데리고 사람들 없는 곳 찾아서 마스크 벗기고 물 마시게 하고
도대체 이게 웬 난리인지.
오늘 헝가리 코로나 19 확진자는 6212명이고 사망은 189명이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앰블런스가 지나가니 울 태산이
저러다 목이 다 쉬겠다.
뒷 마당에서 놀다가, 앞 마당에 있다가, 집 안에서도 사이렌 소리만 울리면 하울링 하는 태산이.
그런데 요즘은 정말 하루 종일 다닌다.
집에 와서 장본거 정리하는데 벌써 그림 그리는 아들.
그런데
"엄마, 비행기 편지가 왔어요~~~~"
하면서 종이 비행기를 날린다.
펴보니...감동...감동...
내 새끼.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라고 쓰고 하트를 그려서는
비행기 접어 날려주는 우리 아들.
급히 쓰느라 몇 번을 연필로 지우고 쓴 아들.
밖에 나갔다가 엄마가 계속 손 닦이고 만지지 말라 하고
코로나 이야기를 해서 그랬나.
집에 오자마자 급하게 만들어서 엄마한테 종이비행기 편지를 날려주는
우리 아들 덕에 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해졌다.
불안해 보이는 엄마가 안타까웠나 보다.
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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