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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참 좋다, 감사합니다 하는 날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2. 1.

주말에 이르드 옛집 정리를 하러 가기 전에 울 아들

새 태블릿을 받으러 맘모트에 갔는데 아직 도착을 안 했다고.

그래서 맘모트 백화점 옆 시장을 갔다.

고기도 좋고 야채도 좋고, 일단 장을 보기로 했다.

시장은 올 때마다 참 기분이 좋다.

아주 좋은 소 갈비를 샀다.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는 동안

하겸이는 아빠랑 랑고쉬를 사러 갔었는데

줄 서서 기다리는 나에게 우리 아들이 장미꽃을 들고 온다.

그렇지 않아도 줄 서서 꽃을 파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꽃을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우리 아들이랑 남편이 꽃을 산 것이다.

 

하겸이가 나에게 장미꽃을 주고 랑고쉬를 기다리느라 앉아 있었더니 

할머니가 손짓을 하면서 하겸이를 부르신다.

갔더니 튤립 3송이를 종이에 돌돌 말아서 주신다.

꽃 값이 저리 싼대....오늘 장사가 잘 되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우리 하겸이 헝가리 말로 인사드리고 꽃을 감사히 받았다.

장미꽃을 부엌에 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밑에.

남편 사무실에서 가지고 오라 해서 부엌에 걸어 놓았다.

자수 놓는 여인 그림을.

볼 때 마다 그림이 기분 좋다.

집 안 곳곳에 그림을 걸어 놓으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중에 우리 가족이 다 모이면

그때 가족사진을 찍어서 가족사진 하나 걸어 두고

이제 사진은 안 걸기로 했다. 

튤립은 부엌 마당 쪽 창가에 놨다.

이제 내일이면 2월이니 봄이 온다.

이르드 옛 집 마당에는 호비락이 많이 올라왔는데

좀 옮겨 심어야겠다.

2월에 호비락으로 봄의 시작을 느껴야 하니까.

좋다~~~

두 딸들이 오면 사용할 방에 아직 가구가 안 들어와서 빨래를 널어놓는데

빨래 널 때마다 지붕 창을 통해 하늘을 보는 게 기분이 참 좋다.

남편은 다락방 같은 지붕이 좀 아쉽다고 하지만

난 아니다.

다락방 같은 기울어진 지붕이 좋다.

그 창문으로 별도 보고 비가 오면 빗물도 보고,

날이 좋은 날은 바람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도 넋 놓고 볼 수 있다.

요즘 매일 참 좋다~~~ 감사합니다~~~ 되뇌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제는 하겸이가 묻는다.

"엄마, 이사했는데 옛날 이사했는데 왜 맨날 이사해서 좋다고 해?"

이사하고 나니 정말 좋다.

학교가 가까워서 좋지만

무엇보다 햇볕이 잘 들어서 좋고,

넓은 창으로 다 보여서 좋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넓은 창으로 마당도, 길가도, 옆 집도 다 보여서 좋다.

그래서 무섭지가 않다.

이르드에 살 때는 좀 무서웠고, 그러다 이웃집 할아버지,

앞 집 할아버지랑 친해지면서 괜찮았는데 양 옆의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 앞집 할아버지 다 돌아가시고 또 살짝

불안해졌고 남편이 출장 가면 무서웠었다.

지금은 안 무섭다.

무엇보다 이웃들이 친절해서 참 좋다.

특히나 앞의 두 집이 다 의사다,  우리 옆집도 부부가 의사란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고,

앞 집 할머니, 옆 집 젊은 부부도 만날 때마다 인사하고

친절하니 안심이 된다.

이젠 남편이 출장을 가도 별로 안 무서울 것 같다.

 

헝가리 정부는 어제 3월 1일까지 통금과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을 연장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혹시 풀어주는 게 아닐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저녁 8시부터 아침 5시까지 통금을 하고,

모든 식당과 카페, 패스트푸드점... 다 포장만 가능하고

실내 영업은 불가한다.

언제나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려는지... 밥 하기 싫은 날

외식을 할 수 있으려는지...

하겸이랑 걸어오다가 케이크 한 조각 나누어 먹고

아이스크림 사 먹고 올 수 있으려는지...

헝가리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단다.

이노므 지긋지긋한 코로나... 정말 끝은 있는 것인지.....

 

참 다행이다.

힘든 이때 이사를 하고 햇볕 어마 잘 드는 부엌에서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니 말이다.

하루 세끼 열심히 만들어도 매일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마트에 나가봐야 먹거리는 한국 시장 같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부엌이 편해서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만들게 되니 이 또한 감사하다.

카스텔라 만들어 아들 간식으로 주고,

계란 만두는 남편 도시락이랑 하은이 한테 보내고,

성경 쓴다고 앉아서 커피 마시면 저절로 감사합니다~~~ 가 나온다.

빠르면 이번 주 베란다 공사가 마무리된단다.

늦으면 다음 주. (참고로 1월 초 시작했다.)

그러면 정말 이사가 마무리된다.

피아노랑 가구, 김치 냉장고 실어 오면 끝~~~

매일 '감사합니다'를 수시로 하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살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