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이르드 옛집 정리를 하러 가기 전에 울 아들
새 태블릿을 받으러 맘모트에 갔는데 아직 도착을 안 했다고.
그래서 맘모트 백화점 옆 시장을 갔다.
고기도 좋고 야채도 좋고, 일단 장을 보기로 했다.
시장은 올 때마다 참 기분이 좋다.
아주 좋은 소 갈비를 샀다. 줄이 너무 길어 기다리는 동안
하겸이는 아빠랑 랑고쉬를 사러 갔었는데
줄 서서 기다리는 나에게 우리 아들이 장미꽃을 들고 온다.
그렇지 않아도 줄 서서 꽃을 파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꽃을 사야지 하고 있었는데
우리 아들이랑 남편이 꽃을 산 것이다.
하겸이가 나에게 장미꽃을 주고 랑고쉬를 기다리느라 앉아 있었더니
할머니가 손짓을 하면서 하겸이를 부르신다.
갔더니 튤립 3송이를 종이에 돌돌 말아서 주신다.
꽃 값이 저리 싼대....오늘 장사가 잘 되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우리 하겸이 헝가리 말로 인사드리고 꽃을 감사히 받았다.
장미꽃을 부엌에 놓았다.
내가 좋아하는 그림 밑에.
남편 사무실에서 가지고 오라 해서 부엌에 걸어 놓았다.
자수 놓는 여인 그림을.
볼 때 마다 그림이 기분 좋다.
집 안 곳곳에 그림을 걸어 놓으니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나중에 우리 가족이 다 모이면
그때 가족사진을 찍어서 가족사진 하나 걸어 두고
이제 사진은 안 걸기로 했다.
튤립은 부엌 마당 쪽 창가에 놨다.
이제 내일이면 2월이니 봄이 온다.
이르드 옛 집 마당에는 호비락이 많이 올라왔는데
좀 옮겨 심어야겠다.
2월에 호비락으로 봄의 시작을 느껴야 하니까.
좋다~~~
두 딸들이 오면 사용할 방에 아직 가구가 안 들어와서 빨래를 널어놓는데
빨래 널 때마다 지붕 창을 통해 하늘을 보는 게 기분이 참 좋다.
남편은 다락방 같은 지붕이 좀 아쉽다고 하지만
난 아니다.
다락방 같은 기울어진 지붕이 좋다.
그 창문으로 별도 보고 비가 오면 빗물도 보고,
날이 좋은 날은 바람에 흘러가는 하얀 구름도 넋 놓고 볼 수 있다.
요즘 매일 참 좋다~~~ 감사합니다~~~ 되뇌곤 한다.
그러다 보니 어제는 하겸이가 묻는다.
"엄마, 이사했는데 옛날 이사했는데 왜 맨날 이사해서 좋다고 해?"
이사하고 나니 정말 좋다.
학교가 가까워서 좋지만
무엇보다 햇볕이 잘 들어서 좋고,
넓은 창으로 다 보여서 좋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넓은 창으로 마당도, 길가도, 옆 집도 다 보여서 좋다.
그래서 무섭지가 않다.
이르드에 살 때는 좀 무서웠고, 그러다 이웃집 할아버지,
앞 집 할아버지랑 친해지면서 괜찮았는데 양 옆의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 앞집 할아버지 다 돌아가시고 또 살짝
불안해졌고 남편이 출장 가면 무서웠었다.
지금은 안 무섭다.
무엇보다 이웃들이 친절해서 참 좋다.
특히나 앞의 두 집이 다 의사다, 우리 옆집도 부부가 의사란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고,
앞 집 할머니, 옆 집 젊은 부부도 만날 때마다 인사하고
친절하니 안심이 된다.
이젠 남편이 출장을 가도 별로 안 무서울 것 같다.
헝가리 정부는 어제 3월 1일까지 통금과 고등학교 온라인
수업을 연장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혹시 풀어주는 게 아닐까 기대하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저녁 8시부터 아침 5시까지 통금을 하고,
모든 식당과 카페, 패스트푸드점... 다 포장만 가능하고
실내 영업은 불가한다.
언제나 카페에서 브런치를 하려는지... 밥 하기 싫은 날
외식을 할 수 있으려는지...
하겸이랑 걸어오다가 케이크 한 조각 나누어 먹고
아이스크림 사 먹고 올 수 있으려는지...
헝가리에서 영국 변이 바이러스와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단다.
이노므 지긋지긋한 코로나... 정말 끝은 있는 것인지.....
참 다행이다.
힘든 이때 이사를 하고 햇볕 어마 잘 드는 부엌에서
기분 좋은 하루하루를 보내니 말이다.
하루 세끼 열심히 만들어도 매일 뭘 먹어야 하나 고민하고
마트에 나가봐야 먹거리는 한국 시장 같지 않으니 답답하지만 부엌이 편해서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만들게 되니 이 또한 감사하다.
카스텔라 만들어 아들 간식으로 주고,
계란 만두는 남편 도시락이랑 하은이 한테 보내고,
성경 쓴다고 앉아서 커피 마시면 저절로 감사합니다~~~ 가 나온다.
빠르면 이번 주 베란다 공사가 마무리된단다.
늦으면 다음 주. (참고로 1월 초 시작했다.)
그러면 정말 이사가 마무리된다.
피아노랑 가구, 김치 냉장고 실어 오면 끝~~~
매일 '감사합니다'를 수시로 하니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실천하며 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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