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세 반이 다 함께 모여서 금요일 오후 2시에 파크 안의 제단 앞에서
종업 파티를 한다고 메일이 왔다.
간단한 과일이나 음료, 쿠키를 준비할 수 있으면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단 플라스틱 사용은 자제해 달라고 했다.
금요일 오전에 치과에 갔다 오면서 큰 딸이 알려준 유명한 빵집에 가서
뽀가차(헝가리 전통 빵)를 조금 샀다.
마들렌을 시간이 되면 만들어 갈까 했는데 그럴 시간이 안되었다.
그래서 사서 가야하는데 아이들이 먹어야 하니까.
그곳 빵이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건강식이기 때문에.
사실 뽀가차를 나도 집에서 만들어 봤는데 마가린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어가는데 여기 빵은 좀 다르다.
간 김에 유정란 계란도 샀다.
계란에 찍힌 도장을 보면 괜스레 기분 좋아지면서 안심이 된다
학교에 2시에 도착해서 하겸이랑 같이 성당 파크로 갔다.
2년여를 학교 가까이에 있는 이 파크를 지나 만 다녔다.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고 바람이 불어 아이들 뛰어 놀기 좋은 날이다.
안에 들어 갈 수 있나 하고 문을 밀어 봤지만 잠겨 있었다.
주일 미사에 오면 들어갈 수 있나?
이 성당도 천주교 성지구나....
여기서부터 표시를 따라 몇 km를 가면 어떤 성지가 있는지 알려준다.
표시도 다양하네.
아~~~ 제단 앞에서 모이자는 말이 여기를 말한 거였구나.
여기서 음악회도 하고 미사도 드리고 하나 보다.
코로나 시대에 장소가 맘에 든다.
작년에는 학교 강당에서 아이들이 간단히 노래도 부르고...
학교 안에서 했는데.
올 해는 학년 별로 요일을 달리해서 오픈된 장소에서 하다 보니
성당 파크에서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난 좋다.
이런 날 아니면 쉽게 안 오기 때문에.
헐~~~~ 제단 위는 올라가면 안 될 텐데...
친구 따라 올라가려는 하겸이 불러서 올라가면 안 된다 말하고.
사내 녀석들 뛰기 시작하니 정신없다.
난 사온 치즈뽀가차에 집에 있는 미니 약과를 가지고 갔다.
츄니 엄마랑 저스펠은 간단한 중국 음식을 만들어 왔다.
치과에 갔다 온 길이라 먹지는 못하고 사진만 찍었다.
처음에 체리를 사 갈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과일을 준비해 왔다.
플라스틱 사용하지 말라 하니 고민이 되었는지 체리, 사과, 수박, 포도....
과일 안 사길 잘했다 싶었다.
저건 꿀에 절인 중동 음식이구나....
두바이에 갔을 때 몇 번 먹어 본 달달한 아니 너무너무 단 파이 같은 거.
작은 한 조각 입에 넣었다가 넘 달아서...
이쁜 내 새끼.
친구들하고 놀면서도 엄마랑 눈 마주치면
"엄마 내 친구 다비드야"
"엄마, 내 친구 언드라쉬야"
계속 친구 이름을 나에게 말해 준다.
1학년 3 반이 다 함께 모여서 선생님들께 감사 인사를 하고.
우리 반은 반 대표 엄마가 메일로 프랭크 가족의
크루즈 티켓을 하는 게 어떠냐고 의견을 물었고 다 좋다고 해서
가족 크루즈 여행 티켓을 선물했다.
헝가리 국내 여행이라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로 가면 비싸지만
두나 강 따라 헝가리를 구경하는 거는
비싸지 않아 한 아이당 15,000원 정도씩 모았다.
카드에 아이들 이름을 쓰고, 와인도 부모들 의견을 모아서
스위트한 화이트 와인으로 결정하고....
나야 무조건 동의하고 돈 내니 편해서 좋고.
엄마 엄마, 이건 총이야. 이건 폭탄이야.
이건 에너지인데 마시면 체력이 보충되는 에너지야.
사내 녀석들은 어째 나뭇가지를 좋아하는지.
손에 하나씩 들고 노는데 자꾸 불안해서 혹시나 누구 하나 다치면
어쩌나 눈으로 좇는데...
아니나 다를 까,
우리 저 스펠, 긴 막대기로 벤체를 때리고,
아픈 벤체는 이제부터 너는 친구 아니라고 하고.
또 화가 난 저스펠이 막대기랑 솔방울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던지고 때리고.
결국 저스펠 아빠가 나서서 말리고 먼저 데리고 갔다.
키도 크고 힘도 센 저스펠이 장난처럼 때려도 아프기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 난다.
좀 설명을 해주고 해결하는 방법도 연습하면 좋을 텐데 싶고.
행여나 울 아들 신나서 놀다가 실수로라도 누구 때릴까 봐 긴장하고.
4시쯤 다들 집으로 돌아 가는데 헤어지기 싫은 아이들.
결국 츄니네 집으로 갔다.
하겸이도 같이 가고,
6시에 데리러 갔더니 어찌나 신나게 놀았는지 땀으로 끈적끈적.
마침 정원 스프링 쿨러를 틀어 물이 나오니 욘석들 아주 망아지처럼 뛴다.
어쩜 하루 종일 뛰는데 지치지도 않는다.
더 놀고 싶다는 녀석 6시 30분에 데리고 집에 오자마자
욕조에 물 받아 들어가라 했다.
말 안 하는 우리 아들,
엄청 답답했을 텐데도 참을성을 가지고 긴 시간 기다려 준
고마운 선생님. 프랭크.
요즘은 하 겸이가 말을 많이 해서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다음 주 수요일이 마지막 수업이니까 그때 선물을 드려야겠다.
감사 카드랑.
오늘 오후,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사진을 주는 우리 아들.
이제라도 생각나서 주니 감사하지.
유치원 때는 사진 찍는 날 하필 미국에 가느라
하겸이가 빠진 사진을 받았었다.
올 해는 앨범을 잊지 말고 사야겠다.
작년에는 놓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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