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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누나 따라 골프 시작한 울 아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1. 10. 11.

작은 딸이 헝가리에 온 지 한 달이 지났다.

조금 심심한지 골프를 배우고 싶단다.

헝가리는 골프 레슨이 저렴한 편이라서 그러자 했다.

남편이나 나는 골프를 하지 않지만 세대가 다르니 딸들은 하고 싶다 하면

시간 날 때 골프 배우면 좋지 싶어 개인 레슨보다 3명~4명이 함께 배우는

그룹 레슨을 신청을 했다.

골프 클럽(골프채)도 없고 골프 복장, 운동화, 장갑.... 아무것도 없기에 그냥 갔다.

일단 10시간에 4만 포린트(15만원 정도?), 골프 채도 빌려주고, 주중에 원하면 

언제든지 와서 연습하는 것도 레슨 받는 한 달 동안에는 무료란다.

주중에 가는 것 쉽지 않지만 레슨 받는 일요일 오후에는 미리 가거나 레슨 끝나고

연습해도 되지 싶어 몇 곳 알아보고 그나마 좀 저렴한 곳으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작은 누나가 골프 레슨을 한다 하니 울 아들도 하고 싶단다.

전화로 미리 물어 보니 선생님이 7살이면 2시간을 할 수 있을까 염려된다 해서

오늘 누나할 때 가서 일단 한번 해보기로 하고 누나랑 같이 시작을 했는데,

작은 누나는 귀찮고 데리고 다니면서 챙겨야 하니 안 했으면 하고,

누나 눈치보면서 울 아들은 하고 싶다고 애절한 눈빛, 간절한 목소리로...

"엄마, 나도 하고 싶어, 할 거야~~~" 

그래서 시작했다.

일단 해봅시다. 아들.

절대 따라오지 말라는 작은 딸의 엄명 때문에 카페에서

기다리려니 애가 타네.

날도 흐리고 바람도 불고, 춥지 않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작은 딸 말대로 엄마가 안 보여야 우리 아들 누나랑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따라 하지 싶고.

자기가 칠 골프공 한 바구니 품에 안고 따라가는 뒷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연습한 골프공 회수하는 차가 신경이 쓰이는 울 아들.

"엄마, 저 차가 지나가야 해. "

행여 자기가 친 골프공에 차가 맞을까 걱정되나 보다. 

아들아~~~ 절대 안 맞을 거야. 

아직은 바로 앞에 공이 굴러가거나 떨어지기에.

중고 주니어 골프채 한 세트 사야 할까 싶다.

새 거는 비싸니까.

그래도 작은 누나가 울 아들 레슨 받는 사진을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주었다.

입모양으로 "하지 마, 그냥 카페에서 놀라고 해" 하더니만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가서는 또 잘 챙겨주는 작은 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