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의 마지막 수영 시간.
4번의 도우미를 자청했고 오늘이 나에게도 마지막 수영 도우미 날이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줄 서서 나오던 울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우크라이나에서 친구가 왔어"
아....
아침에 하겸이 학교에 가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쩌면 하겸이 반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때문에 헝가리로
온 친구가 올 수도 있다고...
15명이 올 거라고 했는데 울 아들 반에도 왔구나....
오늘 마지막 수업에서 잘하는 아이들 그룹은 깊은 물로 갔다.
실내보다는 조금 찬 물이고 깊고....
아이들은 그래서 더 신났나 보다.
깊은 물인데 우리 아들 겁내지도 않고 잘하네.
그저 아들만 보면 입이 해벌레~~ 벌어지는 고슴도치 에미다.
어찌나 대견한지.
울 아들이 큰다고 생각했는데 울 아들보다 큰 녀석들이 많네...
더 먹여야겠다.
영양제도 꼬박꼬박 먹이고 있는데.....
오늘은 3명이 수영을 안 했다.
왼쪽에 앉은 소피는 처음에 수영을 몇 번 했다가
무서워서 안 하고 수영시간에 책을 본다.
오른쪽 마크는 방학 동안 수두를 앓았고 오늘은 수영을 못한단다.
가운데에 앉은 아멜리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잠시 피난 나온 여학생이다.
오늘이 수영 마지막 날이라서 다행이다.
산드라가 지루할 까 싶어서 신경을 쓴다.
핸드폰을 주면서 프랑스어로 된 만화를 보게 해 주고,
옆의 소피가 낯설어서 어색하게 앉아 있는
아멜리아를 챙기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우리 마크, 어쩌다 수두에 걸려서는 이제 다 나았지만
그래도 수영은 쉰다고.
옆에서 아멜리아랑 소피가 선생님 산드라가 보라고 준 핸드폰으로
만화 보는 걸 슬쩍슬쩍 본다.
심심하구나....
오늘 처음 깊은 물에서 수영하고 안에 들어와서 노는 아이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아쉽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내년에 다시 시작하겠지만 아쉽다...
개인 레슨이라도 받게 해야 하나 싶다.
역시나 남자아이들이 옷 갈아입고 머리 말리고 나오는 시간이 짧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이 시간이 걸린다.
먼저 나온 녀석들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서들 먹는다.
울 아들도 간식 꺼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큰 필릭스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과자를 얻어와서는 하겸이를 준다.
하겸이 간식 통에 과자가 담기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후에 울 아들을 만났는데 할 말이 많다.
울 아드님.
"엄마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 이름이 뭔지 알아?"
"엄마는 모르지, 뭔데?"
"아멜리아 야. 처음에는 말도 안 했어"
그러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마, 아멜리아는 우크라이나잖아? 마리는 러시아야"
"진짜?"
"응, 근데 마리는 전쟁 나기 전에 러시아에서 헝가리에 와서
우리 학교에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울 아들 말은,
마리는 전쟁 때문에 헝가리에 온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데...
"하겸아, 아멜리아랑 마리가 사이좋게 잘 지내면 좋겠다. "
두 나라가 전쟁을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겸아,
아멜리아는 넘 속상할 거야.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기 집이랑 장난감, 책들.. 다 놓고 왔잖아.
나중에 전쟁이 끝나서 자기 집에 갔을 때 그대로 있을 수도 있지만
전쟁 때문에 다 망가지고 부서지고 없을 수도 있거든.
또 친구도 없고 새로운 학교랑 헝가리로 와서 엄청 불편할 거야.
너무 안됐다.
울 아들 전쟁을 사진이랑 뉴스로 봤지만 정말로 헝가리로 온
우크라이나 친구가 자기 반에 오니 전쟁에 대해 실감이 나나보다.
아멜리아가 학교에서 재밌게 잘 지내면 좋겠다.
러시아 친구 마리랑도 잘 지내면 좋겠다.
애들이 무슨 죄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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