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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마지막 수영 시간,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2. 3. 8.

울 아들의 마지막 수영 시간.

4번의 도우미를 자청했고 오늘이 나에게도 마지막 수영 도우미 날이다.

밖에서 기다리는데 줄 서서 나오던 울 아들이 나를 보자마자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엄마 우크라이나에서 친구가 왔어" 

아....

아침에 하겸이 학교에 가는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쩌면 하겸이 반에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때문에 헝가리로

온 친구가 올 수도 있다고...

15명이 올 거라고 했는데 울 아들 반에도 왔구나....

오늘 마지막 수업에서 잘하는 아이들 그룹은 깊은 물로 갔다.

실내보다는 조금 찬 물이고 깊고....

아이들은 그래서 더 신났나 보다.

깊은 물인데 우리 아들 겁내지도 않고 잘하네.

그저 아들만 보면 입이 해벌레~~ 벌어지는 고슴도치 에미다.

어찌나 대견한지. 

울 아들이 큰다고 생각했는데 울 아들보다 큰 녀석들이 많네...

더 먹여야겠다.

영양제도 꼬박꼬박 먹이고 있는데.....

 

오늘은 3명이 수영을 안 했다.

왼쪽에 앉은 소피는 처음에 수영을 몇 번 했다가

무서워서 안 하고 수영시간에 책을 본다.

오른쪽 마크는 방학 동안 수두를 앓았고 오늘은 수영을 못한단다.

가운데에 앉은 아멜리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잠시 피난 나온 여학생이다.

오늘이 수영 마지막 날이라서 다행이다.

산드라가 지루할 까 싶어서 신경을 쓴다.

핸드폰을 주면서 프랑스어로 된 만화를 보게 해 주고,

옆의 소피가 낯설어서 어색하게 앉아 있는

아멜리아를 챙기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

우리 마크, 어쩌다 수두에 걸려서는 이제 다 나았지만

그래도 수영은 쉰다고.

옆에서 아멜리아랑 소피가 선생님 산드라가 보라고 준 핸드폰으로

만화 보는 걸 슬쩍슬쩍 본다.

심심하구나....

오늘 처음 깊은 물에서 수영하고 안에 들어와서 노는 아이들.

어찌나 신나게 노는지.

아쉽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내년에 다시 시작하겠지만 아쉽다...

개인 레슨이라도 받게 해야 하나  싶다.

역시나 남자아이들이 옷 갈아입고 머리 말리고 나오는 시간이 짧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이 시간이 걸린다.

먼저 나온 녀석들 가방에서 간식을 꺼내서들 먹는다.

울 아들도 간식 꺼내서 친구들이랑 나눠먹고,

큰 필릭스는 여기저기 다니면서 과자를 얻어와서는 하겸이를 준다. 

하겸이 간식 통에 과자가 담기네....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난 사무실에 들렀다가...

오후에 울 아들을 만났는데 할 말이 많다.

울 아드님.

 

"엄마 우크라이나에서 온 친구 이름이 뭔지 알아?"

"엄마는 모르지, 뭔데?"

"아멜리아 야. 처음에는 말도 안 했어"

그러더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엄마, 아멜리아는 우크라이나잖아? 마리는 러시아야"

"진짜?"

"응, 근데 마리는 전쟁 나기 전에 러시아에서 헝가리에 와서

우리 학교에 다니는 거야"

그러니까

울 아들 말은,

마리는 전쟁 때문에 헝가리에 온 것은 아니라는 의미인데...

"하겸아, 아멜리아랑 마리가 사이좋게 잘 지내면 좋겠다. "

두 나라가 전쟁을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겸아,

아멜리아는 넘 속상할 거야.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기 집이랑 장난감, 책들.. 다 놓고 왔잖아.

나중에 전쟁이 끝나서 자기 집에 갔을 때 그대로 있을 수도 있지만

전쟁 때문에 다 망가지고 부서지고 없을 수도 있거든.

또 친구도 없고 새로운 학교랑 헝가리로 와서 엄청 불편할 거야.

너무 안됐다. 

 

울 아들 전쟁을 사진이랑 뉴스로 봤지만 정말로 헝가리로 온

우크라이나 친구가 자기 반에 오니 전쟁에 대해 실감이 나나보다.

 

아멜리아가 학교에서 재밌게 잘 지내면 좋겠다.

러시아 친구 마리랑도 잘 지내면 좋겠다.

애들이 무슨 죄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