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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올 해도 역시나 명이 절이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3. 25.

봄이다.

꽃도 피고.

겨울 파카도 벗고 얇은 겉 옷을 꺼냈다.

4월이 되면 명이가 크면서 억세 진다.

그래서 빨리 주문하라고 했다. 

4월이 되기 전에.

그리고 명이가 도착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바쁜 목요일이네...

아침 7시 10분에 학교로 출발.

수업 끝나자마자 겨울 타이어 바꾸고,

브레이크 패드 경고등 들어와서 바꾸고,

타이어 바꾸고 브레이크 패드 가져오는 사이 시간이 좀 걸려서 

책을 읽다 눈을 들어 보니 꽃이다....

꽃이 피었네......

집에 도착하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주차장 문이 저리 활짝 열려 있었다는....

아침부터 오후 12시 넘어까지 말이다.

참.... 이럴 때 이웃이 좋아 너무 다행이다.

우리 옆집은 병원이니 계속 진료하느라 계시고,

앞집도 그렇고 다른 옆집도, 우리 집 사방 이웃이 다 집에 있거나

재택근무하거나... 해서 다행이지 싶긴 한데...

그래도 문단속은 꼭 좀 해주세요. 신랑. 

음....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우리 태산이가 집을 지켰나 보다.

겉모습은 어쨌든 크고 무섭게 생겼으니까. 

명이 28kg 이 도착을 했고,

함께 주문하신 분들 명이 저울에 재서 따로 묶고.

어쩜 이리 예쁘게 묶어서 보내주셨는지.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기 전날 명이를 따서

이렇게 잘 포장해서 집으로 보내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잘 씻어야 한다.

무공해 명이지만 달팽이가 있어서.....

처음 명이 절일 때는 간장, 식초, 설탕 절인 물이 명이 위까지 잠기게 했더니만

숨이 다 죽고 나니 간장소스가 어찌나 많이 남던지...

간장 귀한 이곳에서 너무너무 아까웠었다.

그래서 이제는 조그만 만들어서 붓고,

매일 아침 아래에 있는 명이를 위로 올린다.

또 다음날 아침에 아래에 있는 명이를 위로 올린다.

이렇게 3일이 되면 숨이 다 죽고 숨 죽은 명이 위에 간장이 보인다.

보통 김치통 3통이 일주일 뒤면 한통이 된다.

다음 주에 또 명이가 도착을 한다.

학다리 하고 서서 깨끗이 씻은 명이를 한 장 한 장 켜켜이 담아

끓여서 식힌 간장:식초:설탕을 붓고 일주일 뒤에 다시 한번 더

끓여서 부으면 2년은 거뜬히 먹는다.

이러니 안 담을 수가 있나.

다리 아프고 손가락 물에 불어 퉁퉁 부어도 일 년에 한 번이니까 하면서

매년 이렇게 담는다. 

또 이때 아니면 먹을 수 없는 명이 쌈이다.

고기 구워서 쌈 싸먹으면 향도 그렇고 부드러워서 맛있는데 

4월 되면 먹을 수 없으니 이때 먹어야 한다.

 

울 태산이 문 열려 있어도 안 나가고 

집 잘 키지고.

어제 저녁에 아들 구워주면서 남긴 기름부위랑 먹다 남긴 소고기

구워서 들고 산책 나갔다.

나이 들면서 철든 울 태산이.

오래오래 이리 엄마랑 산책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