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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깜짝 선물을 받았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4. 7.

지난 주일 어린이 예배 시간.

아이들과 함께 종려 주일을 맞아 야자나무 잎 만들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한 분이 들어서는데

순간....

누구를 닮았는데....

참 많이 닮았다....

가족을 방문하신 분인가?

그런데 자꾸 나를 보고 웃는다.

나도 자꾸만 보게 되고

그러다... 인사를 드리러 가려고 하는데 그분도 일어서면서 웃는다.

아!!!!

맞다!!!!

손님이 아니었어.

최 희경 집사님이셨다.

꿈인가?

세상에.....

도대체 몇 년만인지....

집사님이 내 손을 잡고 우신다.

나는 말이 잘 안 나오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너무 닮았다 하고 생각만 했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어떻게 집사님이 여기를 오실까 그럴일이 없지.....

참 많이 닮았다 그러고 있었어요.

 

어느 날,

카톡에 있던 연락처가 사라졌고,

새해 인사를 못 드렸고...

그러다 또 바쁜 일상으로 그리 살다가

이사한 예배당을 찾아오신 집사님.

부다페스트에 오셔서 계속 나를 찾으셨다고....

함께 식사도 못하고 그렇게 얼굴만 잠깐 보고

꿈처럼 가셨다. 

집사님은(아니 이제 권사님)은 가시고.

나는 계속 아이들과 함께 종려나무 잎을 만들고,

우리 예수님 당나귀 타고 예루살렘 입성하는 비디오를 보고.....

하나님이 주신 깜짝 선물.

이런 기쁨을 우리 주님이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시고

선물로 주셨다.

매일 시트콤을 찍듯 그렇게 유쾌한 집사님 가정.

상우도 보고 싶고, 무지개다리 건넌 체리, 마리도 생각나고.

올여름 한국에 가면 꼭 뵙자고 두 손 꼭 잡고 약속했다.

 

집사님과 함께한 사진을 찾아보았다.

2007년 이르드 우리 집에서 청년들 김치를 담았다.

우리 구역식구들과 함께.

김치를 담는데 어찌나 웃었던지 광대뼈가 다 아프고

눈물이 나고.

김치 담는 일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냐며 참 많이 웃었던 날.

엄마들 김치 담그는 동안 현중이랑 민주는 놀이터에서 놀고.

함께 점심 먹고, 김치 버무려 통에 담고....

매년 이렇게 구역식구들이 모여서 청년들 김치를 담아서 주었었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고,

집사님 만나서 우린 그때 이야기를 했다.

파가 다 안 썰려서 목에 걸고 웃었다면서....

우린 모이기만 하면 웃고 또 웃고 그랬었다.

구역식구들이 모이면 참 행복했었다. 

 

방학이 시작되면 구역 모임도 방학을 하는데

그럴 때면 우리 집에 구역원 가족 모두가 모여서 

함께 만두를 빚어 먹었다. 

그런데 이때가 체리가 열릴 때라서 모두들 사다리 타고 올라가 

체리를 따서 먹었다.

용감한 우리 상우가 체리나무에 올라가서 

동생들을 위해 체리를 따줬다. 

다들 요리 솜씨가 좋아서 뚝딱뚝딱 금방들 만두 속을 만들고,

예쁘게 만두를 빚고.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서 만두를 빚고.

6월에 생일인 상우랑 구역원 중 한 분의 남편이 생일이었다.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들 갔다.

그리고 구역식구 중 떠나는 지체를 위해 특송을 할 때면 또 

어찌나 가슴저리고 아파 울었던지.....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송별 찬양을 하며 우린 울었었다.

최 희경 집사님 떠나실 때도 우린 찬양하면서 울었다.

그동안의 시간이 감사해서. 떠나보내는 아쉬움에.

그리고 우린 함께 식사를 했다. 

축복하면서, 함께한 시간을 감사하면서.

최 희경 집사님 짐 싸는 날.

미리 말했었다.

아무도 울기 없기.

아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신나서 놀고,

제일 큰 형아 상우는 동생들 챙기느라 분주하고.

그렇게 다짐하고 약속했지만 결국 집사님 집을 나서면서

또 울고. 

한 사람이 울면 참았던 울음 신호탄인 듯 다들 울고.

2010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함께 했던 구역 식구들이 모였었다.

너무나 반가운 얼굴들.

벌써 13년 전이네.....

이젠 연락처도 다 사라졌고,

어쩌다 블로그 댓글에 인사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사실 연락처가 없다.

그래도 올여름 한국에 가면 이렇게 저렇게 연락해 보고

만나 뵈면 좋겠다.

13년이 지난 지금 어찌들 지내시는지...

아이들이 결혼을 했고, 손주가 생겼으며 

취직해서 직장을 다닌다는 소식은 바람결에 들었다. 

2010년 한국에서 헝가리로 돌아오기 전에 일산에서 잠깐 만난 우리 상우는

일본에서 대학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으며

지금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우리 하은이는 이제 의대 졸업반이고,

하빈이는 회사원이 되었다.

다들 비슷비슷하겠지. 

 

지난주에 하나님이 주신 깜짝 선물에 이번주는 자꾸만

오래전 함께 했던 구역 식구들 얼굴이 떠오르고,

그때 함께한 시간들이 생각나고,

구역 식구들이 성경 일독이 잘 안 된다고 해서 모두들

뉴욕카페에 모여서 성경 읽었던 일들.

노르마파에 도시락 싸가지고 가서 먹으면서 구역예배 드렸던 일들.

연휴로 학교가 놀 때 아이들 모두 데리고 머르톤 바샤르에 있는

베토벤 뮤제움에서 구역 모임을 했던 일들.

구역 모임이 방학으로 쉴 때 구역 식구 가족들이 모두  우리 집에 모여서

만두를 빚어 먹은 일들.

체리나무에 올라가 체리를 따고,

가을에는 사과를 따고,

호두를 줍던 일들을 아이들이 기억을 하고 있을 까.

올여름 한국에 가면 시간 되면 연락되는 분들 만나 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