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네이버 파티가 우리 앞집이었다.
그때 울 아들...
"엄마, 우리 집에서는 왜 안 해? 우리 집에서 하자"
그래서 올 봄 네이버 파티는 우리 집에서 하기로 했는데
정작 본인은 기억이 안난다고.... ㅠㅠ
어이없다. 아들.
아들 땜시 우리 집 대문 활짝 열고 네이버 파티하는 건데....
어쨌든 비가 안 와서 너무나 감사한 날.
우리 집이 있는 거리의 모든 집들이 와서 다 같이 인사하고
안부 묻고.
한 접시씩 들고 오시고, 음료수, 와인 들고 오셔서 너무 많이 남았다.
이른 봄에 버서드 축제에 가서 사 온 후루커를 냉동 보관했었다.
드디어 오늘 네이버 파티를 위해 꺼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어찌나 감사하던지.
남편은 테이블이랑 의자를 닦고, 준비를 한다.
아들은 엄마 전화기 들고 나가서 사진을 찍어 왔다.
딸기가 열렸다며 엄청 신났다. 빨간 딸기도 딱! 하나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주도 계속 비소식이라서......
다음 주 쯤 먹어 볼 수 있으려나...
남편은 열심히 숯불 피워 닭고기와 소시지를 구웠다.
나이프와 포크를 앉아서 사용하기 쉽지 않아서 아예 가위로 잘라서
워머 위에 올려놓았다.
오늘 인기짱이었던 후루꺼. 우리식으로 하면 고기 순대?
모두들 너무 맛있었다면서 도대체 어디서 샀느냐고 묻는다.
버쉬드 축제에서 산 것이 아니고 선물로 받았다고 설명을 했다.
헝가리 분들이 이리 좋아하니 내년 봄에는 정말 많이 사서 냉동고에 보관을
해야겠다.
후루커 다음으로 인기가 있었던 유부초밥.
이웃지기의 도움으로 뚝딱 만들고.
하은이가 대문에 풍선을 걸고,
그 밑에 옆 집 마리아 니니가 우리 집이 있는 거리의 이웃들에게
뒷마당으로 오라고 친절하게 안내문을 만들어 걸어 주셨다.
마리아 니니는 딸기 음료수(진짜 맛있었다.) 랑 옥수수 샐러드(제일 먼저 바닥을 보였는데
다음에는 셀러드를 좀 더 만들어야겠다. ). 뽀가차를 준비해서 가지고 오셨다.
우리 앞 집에 사시는 아줌마 같은 할머니가 직접 만드신 빵.
부드럽고 너무 맛있었다.
많이 남아서 다음 날 우리 교회 야외예배때 가지고 갔다.
연세가 80이신데 절대로 그렇게 보이지 않으신다.
많아야 70전후? 어찌나 젊고 정정하신지....
지금 사시는 집에서 30년을 살으셨다고 하시니 이 동네 터줏대감이시다.
우리 집 위쪽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로버쉬 케이크 집에서 사 오신
케이크와 뽀가차.
그런데 알고보니 산 것이 아니고 그 유명한 케이크 집 사장님이랑
친한 친구라서 그냥 가서 가지고 오셨다고.
아이들이 저 초콜릿 케이크는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직접 만들어 오신 코코쉬고여.
산 것과 달리 많이 달지 않고 맛있어서 모임 끝나고 가실 때 몇 개씩
가지고 가셨다.
음식이 계속 와서 나중에는 테이블 2개가 자리가 부족했다.
앞 집 할머니가 마당에서 꺾어 오신 꽃들.
아직 어린 강아지가 다 물어뜯어서 남아 있는 꽃이 별로 없어서
아주 귀하게 살아남은 꽃이란다.
옆의 옆집 살짝 까칠한 듯 한 할머니가 마당에서 꺾어 오신 꽃들.
그런데 어찌나 친절하신지.
그리고 왜 개들 산책하면서 개 똥을 안 치우느냐고 불평을 하신다.
우리 개에 대해서 묻기에 길거리에서는 항상 치운다고. 우리 집에
들고 와서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말씀드리고 앞으로 진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 태산이 똥.
그리고 할머니가 직접 구워오신 빵 그릇을 안 가지고 가시면서
주려고 가지고 온 것이라며 주고 가셨다.
감사해라...
다음에는 나도 그릇을 그냥 놓고 와야겠다.
좀 늦게 오신 분이 아이스크림을 사가지고 오셨다.
아이들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날이 좋았다면 분명 아이스크림 다 먹었을 테지만
좀 쌀쌀해서 남은 아이스크림은 나중에 냉동고로 들어갔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자 한 분 한 분 음식을 손에 들고 뒷마당으로
오시고.
들어 오시면서 하시는 인사가 재밌다.
"난 초코너이 9번지입니다."
"난 초코너이 10번지 입니다."
자기 집 주소를 먼저 말씀하시고 나서 서로 통성명을 한다.
우리 앞 집 중 집이 좀 큰 집인데 그 집에 고모랑 조카 가족이 산다.
고모 두 분이랑 조카가 다 의사다.
조카가 만들어 온 당근 케이크.
매일 태산이 산책할 때마다 머리를 내밀고 쳐다보면서
항상 지켜보는 집 (우리는 누렁이라고 불렀는데 이름이 레고란다.)
에서 진짜 엄청 큰 티라미수를 만들어 오셨는데
지금까지 먹어 본 티라미슈 중에서 손꼽히게 맛있었다.
저 많은 티라미수가 바닥을 닥닥 긁었다.
작년 가을부터 공사 중이었는데 오늘 처음 딸들을 보았다.
어찌나 예쁘던지.
하은이 " 딸들이 엄마를 닮아서 다행이더라. 예쁘고 착해 딸들이"
한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많아서 테이블이랑 의자가 있어서
편하게 앉아서들 이야기 나누시니 좋았다.
곧 우리 거리 (초코너이 우쩌) 로 이사를 올 거라면서 인사 오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면서 새 가족이 오셨다.
큰 형아들이 나가자 드디어 우리 아가들 순서다.
어찌나 좋아하며 좋다고 소리를 지르던지.
우리 옆집 비올라는 역시나 사교성이 좋다.
울 아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좋을텐데 그러면 헝가리말도
엄청 발전하련만은.... 울 아들은 아직은 남자 아이들하고 노는게
더 편한가 보다.
비올라 동생 프란체스카(파란색 잠바)도 많이 컸다.
비올라 친구가 초코너이 우쩌가 아니지만 네이버 파티 때마다
놀러 오는데 오늘도 놀러 왔다.
그래서 결국 그 사내아이 엄마가 아이 3명을 데리고 아들을 찾으러
왔는데 더 놀고 싶다 해서 덕분에 인사를 나눴다.
친구가 없어 심심해 하던 프란체스카는 친구가 생겨 신났다.
그런데.... 저 엄마... 어디서 봤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아마도 태산이 산책할 때 오가며 봤었나 보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우리 거리에만 의사가 6명이다.
다들 이 거리가 뭔가 기운이 있다면서 웃으시고
우리를 보면서 이 집도 6월에 의사가 생겨~~~ 하셔서
또 웃고.
우리 하은이가 헝가리말 잘 못하는 엄마 대신 손님 접대 하느라 애썼다.
그리고 이웃지기가 계속 옆에서 도와주어 아주 쉽게 잘 치뤘다.
네이버 파티.
날만 따뜻했으면 더 오래들 담소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을 텐데
좀 추웠다.
8시쯤 다들 돌아가시고 남은 와인이랑 케이크, 빵 정리했다.
이웃과 함께 일 년에 두 번 만나는 참 좋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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