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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작은 펠릭스의 동굴 생일 파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3. 27.

지난주,

작은 펠릭스가 생일 파티에 초대를 했다. 울 아들을.

그전에 장난인데도 너무 심하게 하겸이를 힘들게 해서,

아니 많은 아이들에게 심하게 장난을 해서 여러 번 경고가 

들어갔고, 다른 아이 생일 파티에서 화가 난 엄마가 따로 데리고 

나가서 혼내고, 집에 간다고 경고하고 했던 작은 펠릭스.

"하겸아, 작은 펠릭스 생일 파티에 가고 싶어?"

했더니

"응. 가야지"

하는 아들.

부다페스트 2구역에 있는 천연 동굴에서 생일 파티를 한다면서

위에서 물이 떨어지니 우비나 방수 잠바를 챙기라고 써있다.

아들 방수 잠바 따로 챙기고 다행히 많이 춥지는 않을 것 같아

따로 옷은 안 챙겼다.

 

토요일,

너무 바쁜 날이었다.

아침 10시 30분에 하겸이 골프 레슨.

레슨 끝나면 펠릭스 생일 선물 사러 가야 하고,

1시 30분에 교육관에 가서 울 아들이 첼로 연주를 해야 하고

4시까지 생일 파티에 가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아침에 골프 선생님인 완다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레슨을

취소하고 다른 날로 하자고 메시지가 와서 어찌나 좋았던지.

한 숨 돌리고 백화점에 가서 펠릭스 생일 선물을 샀다.

반짝반짝 람보르기니 자동차가 있는 생일 카드도 사고.

울 아들 멋지게 첼로 연주 끝내고.

예쁜 누나랑 집사님이 찍어 주신 사진. 

연주 끝나고 바로 옷 갈아입혔다.

이제 동굴로 가야 하니까. 

생일 파티를 하는 2 구역에 있는 천연 동굴로 갔다.

항상 지나 만 갔던 곳인데 여기에서 생일 파티를 하는 건 몰랐었다.

주차 자리가 없어서 비상등 켜놓고 나오다가 마크랑 주드를 만나고,

선물 가방 든 아이들이 하나둘씩 도착을 하고.

가이드 아저씨가 동굴에 대해서 설명을 하시고,

주의 사항도 말씀해 주시는데...

영어로 하시네...

울 아가들은 프랑스어랑 헝가리어인데.

그래서 헝가리 엄마들과 아랍 아가 엄마인 마크 엄마.

울 아들은 영어도 헝가리어도 능숙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나도 함께 들어갔다.

동굴 안으로.

가장 아름다운 방이라고.

팝콘 방이라고도 부르고 장미의 방이라고도 부른단다.

정말 팝콘처럼 보이네.

동굴이 얼마나 캄캄한지를 알려주기 위해서 모든 조명을 껐더니만...

정말 빛이 하나도 없다.

울 아들 어찌나 놀랬는지. 

엄마 손 꼭 잡고는 걷겠단다.

밖에 나와서는 조명 껐을 때 엄청 재밌었다고 신나서 말하는데

어이없어서. 

1cm가 자라는데 120년 이상이 걸린다고.

북극곰이란다. 

근데 어째 내 눈에는 우리나라 누렁이 황소처럼 보이네.

자연적인 기둥은 1cm 자라는데 120년 이상이 걸리지만

저렇게 콘크리트에서 자라는 것은 인공적인 것이라서

2~3년이면 1cm가 자란단다. 

마녀 기둥이란다.

그러네.... 입 모양이 어째 마녀 입 같기도 하고,

독수리 입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모여서 사진 찍은 이곳에서 콘서트도 열리고

결혼식도 한다고.

아이들이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틀어 주신다.

아이들이야 전혀 관심도 없지만 난 너무 좋더라는.

동굴에서 나오자마자 아이들 생일 파티 장소로 뛰기 시작.

한 시간여 설명 듣고 아들한테 한국말로 다시 설명하고,

계속 물이 떨어지니 미끄러울까 긴장하며 어두운 동굴 걷느라

에미는 지치는데... 

아이들은 뛰지 못하고 설명 들으며 걸어서 그런지 에너지 폭발이다.

어찌나 순식간에 사라지는지.

에미는 저 길이 어찌나 길던지.

난 밖에서 의자에 앉아서 좀 쉬고.

2시간 책 읽겠구나 싶어 가방에 책 넣어가지고 왔는데

가방만 무겁게 들고 다녔다. 

생일 케이크 먹자마자 아이들 다시 동굴로 들어간다.

보물 찾기를 한다고.

"아들 혹시나 보물 못 찾아도 울기 없기. 알았지?

그리고 보물을 찾으면 절대 뜯지 말고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나와서 뜯어야 한대. 알았지?"

가이드 아저씨 설명을 다시 확인시켜주고 들여보냈다. 

보물 찾기에서 찾은 건 바로 돌, 원석이었다.

돌마다 나라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하겸이가 찾은 돌은 브라질이라고 쓰여있는 푸른빛의 원석이었다.

생일 파티 끝났는데 아이들은 또 모여서 들 논다.

집에 가자.... 아들....

엄마 너무 피곤해.

아들 제발 집에 가자.....

부탁 부탁 해서 드디어 집으로 출발. 

 

울 아들 하는 말,

"엄마, 동굴 생일 파티는 신기하긴 했지만 재미는 없었어.

계속 걷기만 하고."

한다.

그러게 펠릭스 아빠가(헝가리분이 아니었다. 엄마는 헝가리분이고) 

너무 학구적인 장소를 고르셨네.

집에 와서 밥 먹고 이제 좀 쉬어야 하는데.

우리 아들 씻어야 하는데 놀고 싶단다.

딱 한 시간만 하고 싶단다.

그래서 또 게임 시작.

아들 행복하십니까?

에미는 피곤합니다.

했더니만 웃는 녀석.

오늘은 정말 극한 직업이란 말이 생각나는 날이다.

엄마는 극한 직업이네.

그래도 울 아들이 행복하니 엄마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