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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2023년 SEMMELWEIS 의대 졸업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3. 6. 26.

졸업식 전부터 큰 딸은 걱정을 했다.

작년 졸업식이 4시간이었다면서 어떻게 앉아 있나....

본인이 아니라 엄마, 아빠, 하겸이, 그리고 초대한 목사님, 사모님.

그리고 사촌 오빠.

초대해 놓고도 미안해서 정말 초대장을 드려야 하나 고민했다.

무슨 졸업식이 4시간이냐고 나도 어이없어하고.

단단히 준비해서 오라는 말에 하겸이 가방에 과자 가득 넣었다.

다들 아침도 못 먹고 오기에 맥도널드에 가서 아침용 토스트랑

샌드위치를 사서 넣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큰 딸 머리 이라이자 머리로 웨이브 만들고,

잠자는 아들은 남편이 챙겨서 졸업식장으로 오기로 했다.

7시까지 졸업식장에 도착해서 리허설하고 사진을 찍는다 하니

새벽부터 일어나 준비하고 7시에 졸업식을 하는 아레나 스타디움에

내려주는데 큰 딸 나를 보더니,

"그니까 꽃은 준비 안 한 거지?'

하고 말을 해서야 꽃이 생각이 났다.

꽃 준비를 안 했다...

나를 보더니 우리 딸 웃으면서 "이젠 놀랍지도 않다." 한다. ㅎㅎㅎ

그래서 큰 딸 내려놓고 7시에 꽃집 찾아 부다페스트 시내를 

돌고 또 돌고.

이런 정신머리하고는.

어제 꽃을 맞췄어야지..... 

매일 뭔가가 있고 정신없어 깜박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문을 연 꽃집을 발견하고 미리 만들어 놓은 꽃을 

하나 사고 내고 좋아하는 하얀 꽃으로 또 하나 만들고 나서야

안심이 되고. 

미안~~ 딸~~~

학생 1인에 초대장이 5장이다. 그래서 딸이 친구에게 표를 좀 더 얻었다.

초대장에 자리가 있는데 우린 이어지지 않아 나랑 하겸이가 앉고

목사님, 사모님, 남편, 조카는 따로 앉았다.

도착하니 줄이 길다. 

자리 찾아 앉자마자 시작한다고.

화장실 다녀와야 하는데....

저 속 어딘가에 우리 딸이 앉아 있다.

 

뭔가 알아듣는 표정으로 영어 통역 듣고 있는 울 아드님.

의사 선서를 할 때는 모두들 일어나서 헝가리어, 영어, 독일어로 했다.

2시간이 넘고 3시간이 되어가니 인내심에 한계가 온 울 아들.

졸업생 한 명씩 모두 올라가서 악수하고 졸업장을 받다보니

시간이 엄청 걸렸다.

헝가리 학생들부터 시작을 했고, 끝나자 밖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을 못 나가게 막는다.

일단 나가면 안 들어와서 그런다고.

헝가리 의대생만 졸업장을 주는데 1시간이 훌쩍 넘기고.

졸업장 주는 총장이랑 얼마나 서서 악수하느라 힘들겠나.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비디오가 나오는데....

헐.... 저 할아버지 헝가리 국민배우시다.

마거졸탄 음악회에 나오신 분인데 세멜바이스 의료진과 병원에서

병을 고쳤다며 의료에 관해 말씀하시네.

그리고 드디어 우리 딸이 있는 영어권 학생들 순서다.

우리 딸은 C로 시작되어 앞이라서 긴장하고 기다렸다.

"하겸아, 큰 누나 보여?"

"응. 이제 3번째 줄 섰어."

 

드디어 우리 딸이 졸업장을 받고.

다른 곳에 앉은 남편이 큰 소리로 하은이 최고다

응원을 보냈다.

다른 나라 특히나 독일권 학생들의 순서 때는 어찌나

소리 지르고 휘파람 불고 발로 구르던지.

우리 모두 같은 마음으로 그렇게 환호성을 지르며 축하해주고 싶었다.

모두에게.

다들 고생 참 많이들 하면서 공부했으니까.

우리 아들 4시간이 넘어가니 잠이 들었다. 

드디어 졸업식이 끝나고. 

그동안 기도해 주신 목사님, 사모님 뵙고 활짝 웃는 우리 딸.

멋진 조카가 찍어 준 가족사진. 

큰 누나가 친구들 만나서 사진 찍는 동안 

꽃 들고 있어 주는 귀여운 울 아들.

 

입학도 함께 하고 어쩌다 보니

유급도 함께하고 

함께 졸업하는 절친들.

그러다 보니 친구 부모님들과도 다 알고 지내고

우리 집에도 여러 번 와서 바비큐 했던 친구들.

이제 졸업하고 헝가리를 떠나 자기 나라로들 간다.

앞으로 어디서든 닥터로 만나겠지.

 

내 새끼. 

멋진 내 딸.

6학년 어느 날 의사가 되겠다고 하더니 

정말 의사가 되었다.

축하해. 하나님의 귀한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