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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올 해도 명이.. 명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3. 25.

남편이 전화를..

피츠에서 연락이 왔다고.

사실 올 해는 명이 주문을 안 할까 했었다.

내년까지 먹을 명이절임이 있어서.

그런데 피츠 아저씨가 주말에 부다페스트에 올라 올 일이 있는데

혹시 명이가 필요하냐고.

그래서 급히 아는 지인분들에게 연락을 해서 명이 25kg을 주문했다.

 

헝가리 분들은 3월이면 그냥 산에 올라가서 명이를 뜯어서 

팔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사드리고 싶다.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으로 명이를 채취해서 버는 거니까.

 

그리고 토요일 오후에 명이를 받았다.

부부가 어찌나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하고 명이를 주시는지.

편하게 신선하고 저렴한 명이를 받으니 나도 감사하고,

이분들도 며칠 명이 뜯어 팔 수 있으니 감사하고.

서로 상부상조다.

 

그런데...

명이를 보는 순간...

한숨이.... 한숨이...

이걸 언제 정리하나....

새벽 한 시 반까지 정리했다. ㅠㅠ

피츠 아저씨는 깔끔하게 고무줄로 묶어서 잘 정리해서 

보내주셔서 씻기가 편하지만...

그래도 씻어야 하니까...

명이 씻을 때면 항상 만나는 친구들.

달팽이.

무공해라서 달팽이 서너 마리는 항상 만난다.

하겸아~~~~

이 달팽이 마당에 좀 데려다줘~~~

우리 아들 신났다.

그리고는 계속 물어본다. 달팽이 또 있냐고...

달팽이야 암수동체니까 어디든 한 마리만 더 있으면 알 낳고 살겠지만

그래도 어쩌다 너는 피츠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왔다냐.

낯선 환경에 놀라지는 않으려는지...

울 아들 잠든 뒤에 두 마리가 더 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명이 김치만 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명이를 보는 순간, 

절임도 하자로 바뀌고,

여린 잎은 김치로, 좀 큰 것은 절임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5kg 정도인 명이가 숨이 죽으면 저렇게나 양이 작다. ㅠㅠ

김치는 일주일도 못 먹을 것 같고,

절인 명이는 일 년 동안 삭혀서 내년에 먹고. 

명이 절임은 내일쯤에는 더 줄어들 텐데.....

간장 다시 달여서 부을 때 통도 작은 통으로 바꾸고.

어제저녁 6시부터 씻기 시작해서

새벽 1시 30분에 끝났는데....

꼴랑 이 만큼이라니.... ㅠㅠ

 

신랑은 좋겠다. 

출장이긴 하지만 비행 편이 없어서 하루 더 

머물다 오면서 관광도 하고.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울 아들 학교 결석 시키기 그래서....

오늘 아빠 온다고 신난 우리 아들.

아빠가 주문하고 간 축구 골대가 왔기 때문에 아빠 올 날만 학수고대한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그저 감사 또 감사.

 

우연히 학교에서 그 부부를 마주치고 나서부터 위장장애로 너무 고생했고,

지금도 뭘 먹으면 속이 아프고 위경련으로 힘들다.

그네들은 저리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면서

정말 잘 살고 있는데 말이다. 

 

이제 잊어야지... 다 털어야지...

맘은 그런데 아직도 난 설명이 필요한가 보다. 

왜냐하면 본인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나서 말하겠다고.

그런 위선과 거짓을 확인하고 싶은 건가?

 

오늘 아침은 6도였다.

춥고... 수영장 가는 아들 챙겨서 보내고,

해가 난다.

따뜻한 햇살이....

 

이제 내려놓자.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살 테고...

난 이렇게 나의 삶을 하루하루 감사로 살아가야지.

위경련으로 고생하면서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