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民衆)
일반적으로는 백성의 무리, 많은 사람들을 뜻하지만,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민중은 "피지배계층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있다.
내가 대학생이 되고 제일 많이 듣고 사용한 말이 "민주주의"와
"민중"이었다.
공교롭게도 얼마 전에 읽은 책이 다 "민중"에 관한 것이었다.
궁금했었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유튜브로 검색해서 들어봐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책을 사서 봤다.
역시나 나는 책으로 봐야 하는 세대다.
앞 장에서부터 나는 빵 터졌다.
"민중"이라는 단어의 사용.
단숨에 읽었다.
젊은 세대는 알 수 있을까.
연좌제에 묶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연좌제는 끊어낼 수 없는 끔찍한 쇠사슬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들어갈 수 있고, 육사를 들어갈 수 있는 똑똑한 사람도
연좌제에 걸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장사만 해야 했다.
내 친구는 집 안이 다 똑똑하다고 했다. 사촌들도.
그런데 공부를 잘하는 게 한숨이었다고.
친구가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자란 소리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쥐 죽은 듯이 살아라. 무조건 조용히 숨죽이고 살아라였다고.
큰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다.
공무원도, 회사도, 유학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빨갱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무서운지.
얼마든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는 것을 지금 젊은 사람들은 느낄 수
있을까? 그 핏빛에 피냄새나는 용어를.
내가 국민학교에 다닐 때는 반공 포스터를 그렸다. 그려야 했다.
무조건 모든 아이들이 종이를 주면 그려야 했는데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빨갱이는 빨간색으로 그리고 머리에 뿔이 나고 도깨비처럼,
사탄처럼 모든 아이들이 그리고 그림 아래에는 "무찌르자 공산당",
"쫓아내자 빨갱이"... 뭐 그런 비슷비슷한 문구를 써서 내곤 했다.
나중에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빨갱이, 공산당의 뜻을 알게 되었고,
대학에 들어가서야 그 이념을 알게 되었다.
나의 세대는 그런 세대라서 1980년대에 "공산당, 빨갱이"라는 말에
그동안 속아 왔다는 배신감과 계속해서 우리를 무지렁이로 알고
계속 빨갱이라는 말로 조종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도 컸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처음에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나 싶어 구입을 했다.
읽다가 "민중 자서전"????
이거다.
맞아. 내가 쓰고 싶은 게 이거였는데.
그치. 민중 자서전이야.
옅은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아는 노숙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자기들은 길거리가 좋다고.
자유롭고 편하다고. 절대 쉼터에는 안 들어갈 거라고.
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자주 얼굴을 익히고 서로 통성명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준비가 되었을 때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에게 풀어 펼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듣고 싶었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들이.
"민중 자서전"
멋지다. 나도 이 표현을 빌려다 쓰고 싶다.
그리고 대학교 때 목이 터져라 외쳤던 민중과 민주주의의 대표인
전태일평전을 읽고 있다.
몇 번의 개정을 거쳐서 새롭게 된.
읽으면서 대학 때 야학, 위장취업을 하고 수배 중에 도망 다니던 친구들이 생각나고,
지금은 어찌 살고 있을까 궁금해지고.
피지배계층인 민중을 위해 살려했던 친구들.
요즘은 군중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된다.
민중과 군중은 완전히 다르다.
언제부터 민중이라는 말이 조금씩 사라지게 된 것일까?
시대가 변한 거지.
이제 더 이상 민중은 없는 건가?
내가 "민중"이라는 말을 그리워했나 보다.
6월 6일 현충일.
아침에 조기를 게양하니 아들이 묻는다.
"왜 태극기를 달아?"
"현충일이니까. 헝가리는 아니지만 한국은 오전에 사이렌이
울리면 묵념을 하지. 나라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군인들을 위해서."
학교에 가는 짧은 시간에 현충일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연예인 최 화정 씨가 "나 옛날 사람이야"
했는데 정말 내가 옛날 사람이구나.
민중이라는 말에 가슴이 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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