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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우리 가족의 이야기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06. 12. 28.

1995년에 헝가리에 와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는 정말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캐럴이 울려 퍼지고, 많은 가게와 백화점마다 화려하게 장식하고

밤늦게 까지 거리가 활기찬데 반해 헝가리의 크리스마스는 정말

적막과 썰렁함 그 자체였다.

화려함도, 활기참도, 그 흔한 크리스마스 캐럴도 들리지 않았다.

더 황당한것은 대중교통조차도 중단하고 모든 사람들이 집안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것이다.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서울과 너무나 대조적이라서 더 썰렁한 크리스마스를 보냈었다.

그 썰렁함은 이젠 좀 나아졌지만 서울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자료로 남겨 매년 비교해 볼까 하고 사진을 찍어봤다.

 

보통 12월 둘째주 정도에 거리마다 임시 선물가게가 문을 연다.

매년 같은장소에서, 그리고 같은 품목의 상점이 문을 열고 2주간 장사를 한다.

그리고는 12월 24일 오후 1-2시가 되면 모두 문을 닫고 철수를 한다.

모두들 집으로 들어가서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서 이다.

 

아래의 사진은 리스트 음악대학옆에 있는 남편사무실에 가다가 찍은 것이다.

12월 24일 오후 12시 30분에 찍었는데 벌써 점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24일  오후 4시 부터는 대중교통이 정지가 된다.

그분들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처음 헝가리에 와서 대중교통이 중단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충격이었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예배드리러 갈 때는 서로서로 연락하여 유학생들을 태워가곤 하였다.

지금은 그 시간이 좀 짧아졌다.

 

서울의 압구정동이라 칭하는 카페거리의 많은 식당들도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대목 장사인 서울과 비교하면 정말 낯선 풍경이다.

 

 

 

이 거리는 헝가리의 젊은이들이 제일 많이 찾는 거리이다.

항상 북적거리면서 젊음이 넘치는 거리였지만 지금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리스트동상  양 옆으로 늘어서있는 그 많은 카페에 넘치던 젊은이들은

모두 정말 집으로 간 것일까나.......

 

방송국에서는 마침 인터뷰를 나와서 시민들과 인터뷰를 한다.

무슨 말을 할까...

세금이 너무 올랐다는 것일까?

물가가 올라 선물구입이 힘들었다는 것일까?

헝가리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다.

고급은 아닐지라도 가족과 친구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간단한 초콜릿, 와인, 초등등

꼭 선물을 챙긴다.

그런데 작년부터 물가가 너무나 올라서 올해는 더 썰렁한 것 같다.

내년에는 더 오른다고 하니 어찌 살렸는지.......

 

 

 

오는 길에 트리로 쓸 전나무를 사가는 차가 눈에 띈다.

그리고 곳곳에 팔다만 잘린 전나무가 상당히 많다.

아깝다는 생각과 아직도 생 전나무로 트리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헝가리가 유럽이구나 하고 새삼 느낀다.

 

헝가리에서 12번째 맞는 크리스마스이면서도 항상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어떨까 하며 그리워한다.

그리고는 백화점을 가면 이젠 화려하게 장식을 한 트리와 반짝이는 등을 보지만

신나는 캐럴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관만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몰려있다.

그러면서도

가족과 함께 24일 오후부터 준비하여 함께 보내는 것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