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밤 10시 30분이 넘은 시간 스누피가 밖에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남편이 다친 스누피 안고 들어 와서는 나를 불렀다.
아무래도 심각하다고......
전화로 응급실 알아 보고 출발하려 하는데,
아무래도 숨이 멎은 것 같다는 남편의 말.
다시 확인하고는 맞단다.
그래도 응급실 가야하는거 아닌가? 갈까?
장애가 있어도 좋으니 그저 살아만 달라 그리 바래고 바랬었다.
다리에 힘이 탁 풀리고 이제 어쩌나...... 머릿속은 복잡 복잡.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하은이. 그리고 하빈이.
어떻게 말을 하나.....
남편과 의논을 했다. 그냥 집나가서 아무래도 또 다른집에 잡혀 있는 것 같다고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하은이 생일이 지날 때 까지만.......
그리고 주말에 말을 하기로 했다.
12시가 다 된 자정에 얼은 땅을 파는 남편.
앞마당에 스누피를 묻었다.
예전에 햄스터 두마리가 있는, 그리고 작은 남생이 두마리가 있는,
나중에 골리앗까지 합세한 앞마당에 그렇게 스누피를 눕혔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학교에서 돌아와서 하은이에게 스누피 사고 소식을 말을 했는데
어찌나 울어 대는지.......
그래서 우린 약속을 했었다.
누가 스누피 소식을 물었을 때 울지 않고 말할수 있을 때 그때까지 스누피 사고 소식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었다.
대충 2달을 잡았었다. 그정도의 시간이면 괜찮겠지.......
그런데 생각보다 길어졌다. 나도 자주 스누피 생각이 나고 그립고 보고 싶은데
애들이야 오죽하랴.....
스누피가 우리집에 온 날이다.
하은이는 저렇게 스누피를 무릎에 앉히고는 조심조심 떠먹여 주곤 했다.
스누피는 하은이의 아기였다.
집밖을 처음 나간 스누피.
누나들 플룻,피아노 레슨 받는데 집에 놔두고 오기 그래서 함께 나온 날.
모든 것이 신기했던 스누피.
두달되었을 때이다.
메지하나를 주어서는 너무 셔서 먹지도 못하고 입맛만 쩝쩝 다시는 스누피.
고양이도 처음 만나 인사도 하고, 세상을 알아 가던 스누피.
그런데 차 조심을 그리 알려 주었건만.....
두 딸에게는 너무나 좋은 친구였다.
매일매일이 스누피랑 만들어 가는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졸리면 저리 인형을
배게 삼아 잠을 자고,
자기 잠자리 천을 끌어 안고 꿈나라로 가곤 했다.
코를 어찌나 골던지......
말썽은 일등이었다.
컴퓨터 선 끊어 놓는 것은 잦은 일이었고 아빠 구두, 엄마 구두, 딸들 신발.....
안 물어 뜯는 것이 없었다.
그러고도 저리 하은이 품에서
아무일 없다는 듯 잠자는 어이없는 스누피.
누나들 공부해야 하니 문을 닫으면 난리가 아니었다.
어찌나 문을 긁어 대는지,
또 어찌나 울어 대는지......
그러다 그네로 깨진 유리를 붙여 놓았는데 결국 그 유리를
밀어 내고 저리 얼굴 들이 밀고애원하는 스누피.
맘 약한 누나들 결국 문을 열어 주고 너무 좋은 스누피 누나들 침대위에 실례를 해서 또 나에게 혼나곤 했다.
항상 모든 일을 딸들과 함께 했던 스누피.
그래서 방해가 되어 또 나에게 혼나고 그런 나로 부터 스누피 안고 도망가는 딸들.
매일 밤이면 내차 위에서 미끄럼 타고 내려와 많이 혼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옆집 고양이가 내차 위에 올라가니그것이 싫어 쫒아 내느라 올라가곤 했었던 것이었다.그래서 내차는 아침이면 너무나 지저분해지곤 했었다.
하은이 말은 잘 들으면서도 하빈이는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을 하느지 자꾸만 하빈이 자리를 빼앗는 스누피.
결국 하빈이가 깔아 놓은 자리를 차지하고는 저리 방자하게 자고 있는 스누피.
그럴 때면 하빈이는
"엄마, 스누피가 내 자리 뺐어요~~~~~" 하곤 했었다.
그럴때 하빈이의 무기는 청소기.
청소기 소리를 무서워하는 스누피에게 청소기로 위협하는 하빈이.
그런데 이럴때 보면 하빈이나 스누피가 정신연령이 같아 보이곤 했었다.
비글이 이렇게 말썽장이인줄 몰랐던 우리.
어찌나 말썽을 피우는지 한번씩 아빠에게 혼나는 스누피.
그러면 또 풀이 죽어서는 한쪽에 축 늘어져 있어 안쓰럽다고 하은이, 하빈이가 달래주곤 했었다.
이럴때 보면 스누피가 더 의젓해 보이곤 했었다.
화장실가기 무서워하는 하빈이는 그럴 때면 스누피를 불러서 함께 가곤 했으니까
어찌 보면 스누피입장에서는 자기가 하빈이를 보호한다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다.
하은이는 스누피만 보면 입이 벌어지고 그저 좋아서 헤헤헤~~~~
그런데 어째 스누피는 귀찮은 듯한 표정.
우리 하빈이 이유없는 슬픔으로 울때도 스누피가 위로가 되곤 했었다.
스누피는 우리 딸들에게 그런 귀한 존재였었다.
작년 11월쯤이었나 보다.
호두를 줍는데 스누피 자기도
올라가고 싶다 끙끙대서 결국 아빠가 올려 주었다.
누나들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함께 하고 싶어 하던 스누피.
이 겨울 사진이 우리 스누피 마지막 사진이었다.
눈이 오던날 함께 눈을 먹고 뛰어 놀고 아빠 구두 물고 도망가는 스누피를 쫒아 가면서 그렇게 눈밭에서 놀던 시간이......
그리고 3월 하은이 생일이 있던 바로 그밤에 아빠차가 들어 오자 평상시처럼 아빠차를 맴돌다가 잠시 나간 스누피가 속력을 내고 달려오는 차에 치었던 것이다.
그전 주에 딸들이 나에게 부탁을 했었다.
스누피 목에 야광 목걸이를 걸어 주자고......
그럴껄 그랬다고 많이 후회를 했다.
밤에 빛이나는 야광 목걸이를 그때 걸어 줄것을........
혹시나 비가 올 때 찌릿찌릿 감전 될까 염려 되어 생각중이었었는데........
아빠 차가 들어 올때 묶어 둘것을........
문을 열어 두면 항상 10분정도면 되돌아 왔기에 그럴줄 알았었다.
그저 다리를 저어도 되니, 몸이 많이 불편해도 좋으니 살아만 있어주면 좋겠다 했었는데.
매일 학교 갔다 돌아 오면 제일 먼저 스누피 무덤에 가서
"스누피~~~~ 잘있었어? 누나 왔어" 하던 딸들.
한국에서 돌아와 집에 도착하자 마자 차에서 뛰어 내려 스누피에게 가는 딸들.
"스누피~~~~ 누나 왔어. 잘있었어?"
뒷말을 채 맺지도 못하면서 울어 버리는 하은이.
스누피 떠난지 5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스누피이야기만 나오면 우는 딸.
스누피 사고 소식을 듣던 하빈이가 나에게 물었었다.
"엄마, 천국에 가면 만날수 있어요?"
"그럼, 성경에 보면 천국에서는 아이들이 사자들과 뒹굴며 논다고 하니 동물들이 있는 거니까
우리 스누피가 먼저 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별로 정을 준것 같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개짖는 소리만 들려도 스누피가 짖나 싶어 문을 열기를
여러번 한 나도 어이가 없다.
남편과 내손으로 묻어 놓고도 착각을 하니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까.
그래서 그냥 아이들 눈물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기로 남편과 이야기를 했었다.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고 그리운 만큼 그리워 하자고......
그렇게 다섯달이 지났고,
오늘 아침에 물었다.
"하은아, 이제 우리 스누피 이야기 적어서 기록할까?"
"그래"
그러더니 다시 오고가며 사진을 보더니 또 운다.
에휴~~~~~~
앞으로 다시 개 키울 일은 없을 것 같다.
다른 개를 데려온다 해도 스누피를 대신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애교도 많고 말썽도 많고 딸들에게 너무나 좋은 친구였던 스누피라서.
다른 개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나중에 나중에 딸들 대학 들어 가서 나 혼자 무지 심심해지면 그때
생각해 볼까....?
지금은 우리가 바빠 함께 시간도 못보내고 집에서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너무 많아
개가 불쌍하니 다음에 다음에 키우자고 딸들과 그리 이야기를 했다.
정말 나중에 나중에 생각해 봐야 겠다.
사진을 보니 우리 스누피 진짜 귀엽다.
하는짓도 정말 귀여웠는데.......
스누피, 우리 나중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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