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

결혼기념일 식사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7. 5. 17.

올해부터 결혼기념일에는 둘이만 식사를 하자고 했다.

결혼하고 2년은 둘이만 식사를 했다. 애가 없었으니까.

하은이가 태어나고부터 결혼기념일은 없었다.

대신 5월에 있는 내 생일에 신랑이 현찰이나 선물을 해줬었다.

이제 두 딸들 다 커서 올해부터 둘이만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했고,

신랑이 점심을 예약했다.  아직 저녁은 울 아들이 어려서. ^ ^

부다페스트에서 비싸다는, 헝가리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군델 레스토랑에.

엘리자베쓰 여왕부터 각 나라 국빈들이 오면

꼭 가서 식사를 한다는 식당이다.

무지무지 비싸다 해서 굳이 그런 식당에서 밥 먹으랴.... 하고 안 가다가

얼마 전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고 신랑한테 말했다.

의외의 말에 왜? 하더니  그러자~~ 하고 예약을 했다.

가격이 궁금했던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비싸길래....

궁금해서 ^ ^

신랑 사무실에 차를 놓고 영웅광장 옆에 있는

레스토랑까지 걸어서 갔다.

발이 아픈 걸 알면서도 차를 가까이에 주차할 거라 생각하고

신은 구두 때문에 발이 아파 어기적어기적 걸었다는.

동물원 갈 때, 놀이동산 갈 때(지금은 없어졌지만) ,

서커스 갈 때  이 앞을 지나서 갔었는데...

오늘은 군델에 식사를 하러 간다.

1894년에 생겼구나....

정장을 차려 입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반바지에 슬리퍼 신고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어쩌면 비싼 이유가 자존심 때문일 수도.

사실 식사에 대한 기대는 별로 안 하고 갔다.

이곳도 이제 경영난으로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날이 좋아서 다들 가든에서 식사들을 하시나?

난 꽃가루 날려서 안에서 먹겠다고 했다.

12시 30분에 예약을 해서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다......

나중에 한국 단체 관광팀이 들어와서 식사를 하더라는.

 군델도 이젠 옛날의 군델이 아니구나.

한국 단체 관광객들이 들어와서 점심을 먹고.

아마 그분들은 자신들이 먹은 것의 몇 배의

비싼 가격을 여행사에 지불했을 것이다.

음..... 애피타이저.....

울 신랑 보고 웃네. 

왼쪽의 플레인 버터는 그냥...... 버터.

그런데 파란 화살표의 허니 머스터드는 맛있었다.

그래서.... 저 허니머스터드를 발라서 먹었다는.

헝가리 전통 돼지인 멍걸리쩌 햄.

신랑 이건 멍걸리쩌 고기가 아니라 햄이야.

당신한테는 양이 정말 적겠다... 했는데

음..... 울 신랑 식사 끝나도 배고프겠다. 

짜지 않아서 괜찮았는데 소스가 달아서.....

요것이 메인 디쉬이다.

생선이라고 했는데.

계란 노른자가 인상적이었고,

역시나 이쁜데 딱 한입이라서.

접시가 왜 그리 크게 보이는지.

저 접시는 보통 메인 접시 크기다.

절대로 크지 않은 접시.

그러니까 양이 진짜 딱 한입이다.

그리고 커티지 치즈 케이크.

그러니까 뚜로 케이크.

커피는 따로 주문.

원래 여기에 와인 한잔이 들어가 있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사양.

 

이 코스는 저렴한 점심 메뉴이다.

서비스 요금에 물, 커피 주문해서 한 사람당 45,000원 정도이니

비싼 것인데 이 레스토랑에서는 저렴한 메뉴이다.

 

그래도

결혼기념일인데 군델 코스요리를 하라는 신랑.

가격이 궁금해서 온 건데....

가격을 보니

헐~~~~

보통 군델 코스가 15만 원 정도다.

비싼 것은 25만 원 정도.

 

그러니.....

군델에서 식사하고 싶다며 군델로 가자고 했을 때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식사 대접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내가 먹은 저렴한 메뉴로 할 수는 없었을 테고.

최소한 15만 원이니.....

그날 식사비가 대략 짐작이 간다.

그리고

알면서 굳이 그곳에서 밥을 먹고 싶다며

가자고 한 그 맘은 도대체 어떤 맘일까...

궁금하다.

보통 지상사원들은 좀 여유가 있고, 법인장이나

단독 법인의 경우 법인카드를 사용하니까

니돈 내는 것도 아닌데 혹시 그런 맘 아니었을 까?

그렇다면 참 나쁜 것이다.

 

헝가리에 있으면서 이해가 안 가고 저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 있다.

교회 모임이나 목회자, 교회 방문하시는 목사님들을

식사 대접하면서

법인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오래전에 한번 물어봤었다.

그때도 교회 모임이었고,

법인 카드로 하시면 안 되지 않나요?

했더니 괜찮다고, 경비 처리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나 혼자서만 그러면 안 되지 않나요. 할 수도 없고.

그런 일이 제법 많았다.

지금은 내가 교회를 떠났으니 알 수 없지만....

 

그러다 보니

목회자는 법인장이나 회사 대표가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면

좋은, 비싼 식당을 선호한다.

어쩌면 교회를 방문한 동료 목사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맘인 지도.

교회에 손님이 오시면 전화를 해서 식사를 부탁한다.

그런데

군델로 가자는 말에 당황했다는 것처럼

분명 당황스럽고 큰 지출이 부담될 것인데

법인 카드로 계산을 하니 맘이 좀 편치 않아도 목사님인데....

하며 대접을 한다.

그리고 목사님도 편하게 식사를 한다.

그런데

난 목사나 성도는 법인카드로 계산을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회사 업무와 연관된 것이 아니니까.

비싸서 경비가 부담되면 집에서 하면 되는 것이고,

아니면 형편에 맞는 곳으로 가면 되는데.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이런 이야기는 계속 흘러나오고

뒤에서 어떻게 교인들이 그러냐는 말도 들었었다.

 

헝가리 살면서 22년 만에 군델에 가서 식사를 해보자 한 마누라가

이상해서 왜? 한 우리 신랑.

헝가리에서 22년 살았잖아. 한 번은 가보고 싶어서.

도대체 얼마나 비싼가 싶어서.

 

가보고 나니 두 번은 가기 싫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전통과 자존심의 가격인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이지만

이젠 군델도 경영난으로 조만간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아까 내가 먹은 것 같은

좀 저렴한 (나에게는 절대 저렴하지 않았다. 음식 대비.)

점심 메뉴를 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완두콩만 한 체리가 영글어 가고 있다.

6월 첫 주 정도 되면 빨갛게 익어 가겠다.

올해는 웬만하면 다 따서 체리 잼을 만들어 보관할까.... 생각 중이다.

신랑 한국 출장 중에 호랑이 나오게 무성한 풀들 하루 종일 깎고는

손에 피부가 벗겨진 울 신랑.

이젠 마당 잔디 깎는 것도 쉽지 않다.

하루에 5천 포린트(2만 원) 주면 정리해준다고 하는데.....

뒷마당, 앞마당 정리하고

옆쪽은 아직도 저리 무성한 풀들. 

에고~~~~

그냥 놔두자니 그렇고

일주일만 지나면 또 무성 해지는 마당의 풀들.

생명력이 참 강하다.

내가 나이가 드나 보다. 그 생명력이 고맙다.

악착같이 살아내는

하나님이 주시는 햇살과 비와 이슬을 먹고 뿌리 깊이 내리고

오로지 자신의 모든 것을 가지고 살아내는 그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