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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하빈이네 일상들

오숑만 가면 자꾸 생각이 난다. 다시 만난 다면....

by 헝가리 하은이네 2019. 9. 30.

여름... 8월 어느 날,

그날도 하은이가 오숑의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기에 나도 같이  노트북을 들고 가서

앉아서 글도 쓰고 장도 보고.. 그랬었다.

그러다가 점심을 먹기 위해 푸드 코트로 가서 나는 자리를 잡고,

하은이가 피자 하나랑 중국 국수 하나를 주문해서 가지고 왔는데...

내 옆에 헝가리 젊은 엄마가 올망졸망 4명의 아이들과 앉아 있었다.

그때는 음식을 기다리는 줄 알았었다.

식탁 위에 음식 먹은 접시들이 없었기 때문에

아빠가 음식 주문을 하고 엄마랑 아이들이 기다리는 줄 알았었다.

그런데...

하은이가 중국 국수를 먼저 갖다 놓고 다시 가서

따끈따끈한 피자를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놓자마자

자석에 이끌리듯이, 아니다. 마치 자신들이 기다리던

주문한 피자가 나온 것처럼 두 명의 어린아이들이

내 옆으로 와서 앉는 것이다.

순간 당황했다.

뭐지....?  무슨 상황이지...?

그때 당황한 큰 여자아이가 (10살 정도?) 동생 둘을 잡아 당겨서 다시 자기들 자리로 갔는데

그 순간 너무 놀랐다.

엄마 품에 안겨 있던 아이까지 4명의 아이들이 다 우리 피자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은이도 나도 음식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우리를 바라보는 4명의 작은 눈동자와 정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쳐다보는 그 아이들.

그 때 마른 젊은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는데 4~5살 꼬마는 누나 손에 끌려 나가면서도

우리 피자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은아, 애들이 배가 엄청 고파 보이지"

"응, 먹을 수가 없어. 애들이 움직이지도 않고 피자만 쳐다봤어"

"가서 물어볼까? 이 피자 그냥 빨리 갖다 줄까?"

 

그러는 사이 그 가족은 건물 밖을 나갔다.

집시 가족이었다면 그러려니 했을 텐데 집시 가족이 아니었다.

헝가리 가족이었다.

그래서 쉽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헝가리 분들은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은이랑 둘이 앉아서 중국 국수를 먹으면서...

피자가 식어 가는데 선뜻 손이 안 갔다.

애들한테 줄 것을.

젊은 엄마한테 혹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어나 볼 것을...

계속 후회가 되고 아이들의 눈동자가 잊히지를 않았다.
오래전 " 내 영혼의 치킨 슾"이라는 책을 감동을 받으며 읽었었다.

그때 혹시나 나도 이런 상황이 되면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그리고 지혜가 필요하다.
그때 젊은 엄마에게 용기를 내서 물어볼 것을...

헝가리 분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도움을 거의 안 받으려 하기에

머뭇머뭇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아이들에게만이라도 피자를 줄 것을...

너희들이 너무 예뻐서 너희들 주려고 피자를 주문한 거야.

이건 너희들 거야 하고 말이다.

오숑을 갈 때마다 생각이 나고 피자를 보자마자 내 옆으로 와서

피자만 바라보던 아이들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지난주, 예배 끝나고,

의대생들 반찬에 필요한 순두부를 사러 중국 마트에 갔다.

하은이랑 하겸이는 차 안에 있고 나만.

순두부 3개 사서 계산하고 나오는데 멜린다 집의

어린 롤러와 빌머가 중국 아줌마들 사이에 둘러 쌓여 있다.

빨리 차로 와서 지갑을 하은이에게 주고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빨리 가서 돈이 모자라면 도와주라고 하고,

하겸이 데리고 뒤따라 가니... 돈이 모자란 것이 아니었다.

양말과 팬티를 훔쳐서 옷 속에 넣고 나오다가 걸린 것이었다.

하은이를 보자마자 우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처음이 아니란다.

선교사님께 전화드리고, 선교사님이 멜린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시고,

멜린다 엄마와 브리깃이 돈을 가지고 와서 양말과 팬티 값을 지불했다.

아이들이 가격이 붙어 있는 종이 태그를 다 떼어 버렸기 때문에 다시 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일로 선교사님도 많이 힘들어하셨고,

우리도 이제 초등학교 1학년, 2학년인 두 녀석이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마트에 가서 중국 아줌마 말에 의하면

자주 이런 일이 있었단다.

그러니까 이날은  중국 아줌마가 작정을 하고 지켜보았고

걸린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물건을 훔칠 수 있나 싶어 속상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좁은 집에서 하루 종일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둘이 손잡고 나가서 놀이처럼 훔친 것이다.

양말과 팬티가 없어서가 아니다.

선교사님이 벌써 여러 번 새 양말과 팬티를 갖다 주었기 때문이다.

집에 가보면 여기저기에서 받아온 옷들과 신발들이 쌓여 있단다.

그런데 집이 좁고 사람은 많다 보니(12 식구가 산다.)

정리가 안되고 가끔은 맨발로 교회에 온다.

신발이 없어서가 아니라 신발을 못 찾았기 때문이란다.

환경을 어찌할 꼬.... 헝가리는 복지가 잘 되어 있다.

누구든 원하면 고등학교까지는 돈 없어도 다닐 수가 있다.

애가 3명 이상 이면 교과서, 급식도 다 무료다.

또 생활이 어렵다 보면 여기저기 구호단체의 도움도 크고 무엇보다도 김나지움 졸업 후

취직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런 모든 복지 제도들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었다.

집시 가족들을 5년 이상 지켜보니 학교 공부가 싫은 것이다.

학교의 규칙과 공부가 싫고 사춘기가 되면 길거리로 나간다.

아무리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정직하게 돈을 벌라고 해도 직장생활 자체가 부럽지 않다. 그들에게는.

꿈을 가지고 이루어 가는 기쁨과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인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해서 내 손으로 돈을 벌어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도움을 받지 말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하면

왜 꼭 그렇게 살아야 하나... 부럽고 그렇게 살고 싶은 그런 삶이 그들에게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안타깝다.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도 주변 환경과 부모, 형제들의

시선 때문에 주저앉아 버리기 때문이다.

나이가 15살이 넘어가는데 남자가 없으면 이상하게 보고,

남자랑 동거하고 임신하는 게 정상인 것처럼 보는 시선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둘째 딸이 18살일 때 묻곤 했었다.

"넌 멀쩡하게 생겼는데 왜 남편이 없어?"

"넌 이쁘게 생겼는데 어디가 문제라서 남편이 없는 거야? 불쌍하다"

18살인 둘째 딸은 남편이 없는 불쌍한 아이로 그들에게 보인 것이다.
이 아이들이 이 환경에서 벗어나서 다른 곳에서 자란다면 좀 달라질까?

15살 16살에 임신하고 20대 초에 2~3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일거리가 없어서 또 여기저기 구호단체를 기웃거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아이들을 앞세워서 보조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악순환이 반복이 된다.

사이 남자나 여자가 교도소에만 안 가도 다행인 것이다.

어쩌다 도둑질이나 마약으로 교도소에 가게 되면

아이들은 그 사이 고아원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좀 우울해진다.

오숑에서 만난 젊은 엄마와 피자를 바라보던 그 어린아이들.

양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놀이 삼아 중국 가게에서

양말과 팬티를 훔친 두 녀석.

 

복지가 좋아도 구멍이 있다.

구멍을 통해서 혜택을 받기도 하고,

그 구멍 때문에 혜택을 못 받아 힘든 사람도 있다.

 

오늘도 용기가 없는 나는 차 안에 동전 가득 담아 놓고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정부에서 허락받아

합법적으로 구걸을 하시는 분들에게 동전을 드리고

내가 드린 동전보다 너무 큰 축복을 그분들에게서 받는다.

 

좀 더 나이가 들면 지혜와 혜안이 생기고 용기도 생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