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항상 한 발 늦는 에미라 넘 미안해. 아들.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0. 9. 26.

두 딸들 키울 때도 언어 문제로 딸들이 엄마를 도와주고 알려주고

참아 줬었다.

그런데 나이 오십 중반인 지금도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한테

항상 부족하다.

2주 전?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갑자기 

"엄마 나도 도시락 싸줘" 

"응? 도시락? 학교에서 점심이랑 먹잖아."

"아니야, 츄니랑 야노쉬랑 다 도시락 싸가지고 와. "

이상하다.... 학교에서 아침, 간식, 점심 다 먹는데...

하다가 1학년은 다른 가 보구나 그제야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오후에 데리러 가면 항상 배고파하는 하겸이를 위해서

도넛랑 과일 등을 많이 준비해서 가면 차 안에서 그걸 다 먹으면서 

"엄마 나 진짜 배고팠어" 했었다.

그럴 때마다 많이 놀았거나, 오늘 급식이 맘에 안 들었나? 했었다.

"점심 그러니까 밥이나 스파게티, 닭고기 이런 거는 학교에서 먹지?"

"응"

"그럼 츄니랑 야노쉬랑 다비드는 노는 시간에 먹는 거야?"

"응"

" 아, 간식을 싸가지고 오는구나. 알았어, 엄마도 간식을 싸줄게."

그래서 다음 날부터 간식을 준비해서 보냈는데 그 다음날 학부모 모임에 갔더니

간식 이야기를 선생님이 하신다. 과일이나 야채 위주로 준비해 주고

달달한 음료는 절대로 안된다고.

메일도 없었는데 어떻게 다른 엄마들은 간식을 준비해서 보냈지? 

아마도 초등학생 다른 엄마들 한테서 들었나 보다

내 새끼, 에미가 간식도 유치원 때처럼 학교에서 주는 줄 알고

그냥 보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 까.

게다가 아침을 유치원에서는 같이들 먹고 시작했는데

1학년은 아침 먹는 시간이 없단다.

아침 6시 40분에 깨워서 늦어도 55분에 출발을 해야 하니

차 안에서 아침을 먹이면서 가야 한다.

8시 정각까지 교실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과자나 초콜릿 종류는 보내지 말라 했지만 빼빼로는 츄니랑 저스펠

하나 씩 주라고 보냈다.

과일 좋아하는 우리 아들이 다른 친구들 스낵 보면서 야채도 먹으면 좋으련만.

집에 와서 재잘재잘 말은 잘한다.

"엄마 츄니는 당근을 가지고 와서 먹더라. 저스펠은 작은 애기 토마토를 먹어"

"그럼 하겸이도 싸줄까?"

했더니 자기는 아니란다. 멜론이 더 좋다고. 

화요일, 금요일은 헝가리 정부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솔페이지를 가는데 

헝가리 공립학교에서 배운다.

코로나 때문에 학부모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하겸이만

들여보내고 난 저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인형을 뜨면서.

너무나 감사하게도 솔페이지 선생님이 하겸이가 프랑스 학교에

다니는 줄을 아시고 프랑스 학교가 2시에 수업이

끝나니까 끝나는 대로 빨리 오라고 해주셨다.

솔페이지가 2시부터 2시 45분인데 하겸이는 항상

2시 20분쯤 들어가고 25분 수업을 하고 나온다.

그래도 대견하게 엄마 없이 혼자 헝가리 학교에 들어가서

수업을 받고 나오니 신기하고 감사하고.

그런데 겨울에는 어쩌나....

지금은 밖에서 뜨개질하며 기다리는데. 

솔페이지 끝나고 나오면 꼭 들리는 아이스크림 집.

신문에도 난 아이스크림 집인데 직접 만들었단다.

그래서 다른 곳 보다 2배로 비싸다. 

보통 한 덩이에 천 원 정도인데 여긴 한 덩이에 2천 원이다.

아주 작은 한 덩이가.

그래도 건강에 좋다는 아이스크림이고 우리 아들이 좋아하니까.

헝가리 학교에 가서 헝가리 아이들 속에서

긴장하며 공부했으니 이 정도 보상은 있어야지 싶다.

이젠 하겸이가 들어가면 망고 아이스크림을 찾는 줄 알고 준비해 주신다.

집에 오는 차 안에서 기절하고 주무시는 아들.

요즘 구구단 노래를 보고 따라 부른다.

그런데 구구단 노래 가사 중에 "둘씩 불어, 둘씩 불어..." 이러는데 

"엄마 불어가 뭐야?" 하고 묻는 아들.

그래서 구구단 원리를 가르쳐 줬다.

9단까지는 이렇게 유튜브로 노래 부르며 외워 봅시다. 아들.

어제 말을 타러 갔더니 아주 커다란 이글루가 떠~~~억하니 생겼다.

보통은 겨울 테이스 코트에 설치하는 텐트인데 겨울에 저기서 말을 타나 보다.

겨울에는 쉴까 했는데 계속해도 되겠다.

 

말 타는 곳에 오면 개들이 놀자고

입에 나뭇가지나 돌을 물고 와서는 발 앞에 떨어뜨리고 기다린다.

얌전히.

하겸이가 멀리 던지면 뛰어가서 물어 오고 또

발 앞에 놓고 얌전히 기다린다.

절대 우리 태산이는 물어오지 않는다.

공을 던지면 뛰긴 하는데 뛰었다가 그냥 다시 돌아온다.

아마도 공을 보고 뛰다가 "아차, 난 썰매 끄는 개지.

난 공을 쫒는 양치기 개가 아니라고" 이러나 싶다.

개 유치원에서도 개 학교에서도 우리 태산이는 공을 절대 물어 오지 않았다.

그런데.... 물어 오는 것들이 깨끗하지 않은 게 문제다.

요즘 너무 해가 빨리지고 있다.

이렇게 하늘이 높고 파랗고 하얀 구름이 있는 날 말을 타는 울 아들.

그 아들을 보고 있으니 이런 시간이 허락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