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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하겸이 이야기

분명 CM1 피크닉 데이라고 했는데...

by 헝가리 하은이네 2024. 6. 13.

지난주, 학교에서 메일이 왔는데 수요일 12시 부터 1시까지 CM1 피크닉에 올거냐고...

피크닉?  꼴랑 1시간인데?

그래도 간다고 체크해서 답을 보내고,

비가 곧 올 것 같은 날씨에 피크닉이라고... 하니...

체리 담고, 아이스티 레몬/복숭아, 일회용 컵, 냅킨 챙겨서 갔다.

분명 마리아 레메뜨 성당 파크라고 했는데...

10분 전에 도착을 했는데 아무도 없다.

12시 성당 종이 울리고,

너무 조용한데....

오늘 학부모들만 모이는 건가? 

12시 10분이 되니 시끌시끌 아이들이 온다.

손에 비닐봉지 하나씩 들고서.

점심시간 1시간을 학교 옆 성당 파크에서 학교에서 준비해 준

샌드위치를 먹는다는 거구나...

울 아들 바로 샌드위치에서 파프리카 빼서 나한테 주고,

샌드위치 반 먹고 놀기 바쁘다.

나머지는 안 먹겠다고 해서 내가 집으로 가지고 오고. 

인기 많은 우리 아들.

울 아들 주변에는 항상 친구들이 많다.

CM1(4학년) 이 3 반인데 저기에 3 반 친구들이 다 같이 앉았다. 

-중국, 브라질, 시리아, 러시아, 조지아, 북아프리카.. 어딘데..?

헝가리 친구들은 따로 앉았나 보다.

페레츠랑 벤체랑 까로이.씨마오...는 

"엄마 내가 새 친구를 사귀었는데, 아빠는 일본사람이고 엄마는 브라질이야.

이번 생일 파티 때 초대하고 싶어."

(하겸이 옆에 앉은 안경 쓴 친구, 브레노)

자주 새 친구를 사귀었다고 말하는 우리 아들.

노는 시간에 같이 놀기만 하면 새로 사귄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사귄 친구는 계속 유지가 되니  울 아들 참 멋지다.

귀속말로 이어 말하기를 했는데 엉뚱한 말로 바뀌었단다.

뭐라더라....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었다. 뭐 그런 말이었다고.

자유 시간(15분 정도)에 팀을 나누는데 발을 한데 모으고

발로 팀을 나누네. 신기하구먼. 

 

공을 던져서 맞추는 거구나.

스펀지 공이 왜 있나 했더니만.

울 아들 열심히 뛴다.

다행이다. 저리 뛸 수 있어서.

모든 게 그저 감사 감사.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는 아들 보니 또 주책맞게 눈물이 찔끔찔끔.

(교회를 떠나야 할 때 제일 큰 걱정이 우리 아들이었다.

어린이 예배를 좋아했는데... 한국 친구들도 있는데... 

결국 아들이랑 솔직하게 다 이야기를 하고 아들이 결정하게 했었다.

하겸이가 원하면 하겸이 혼자라도 한인교회에 갈 수 있다고.

한참 고민을 하던 아들이 엄마랑 같이 예배를 드리겠다고 했고,

그러고도 한 동안 친구들이 보고 싶고, 엄마랑 누나랑 따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상황에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우리 아들.

친구들이 많고 친구들하고 신나게 노는 것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면서

너무나 미안하고 미안한 우리 아들. 미안해 아들. )

1시가 되어 학교로 돌아가는 아이들.

열심히 혼자 뒤에서 손 흔들고.

 

 

 

울 아들 아빠랑 같이 축구하는 게 제일 좋단다.

나이 많은 아빠는 다른 젊은 아빠들처럼 같이 자전거 타고 다니거나

헝가리 아빠들 처럼 많이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마당에서 맨발로 놀아 준다.

두 부자가 맨발로 축구하고 집에 들어올 때면... 증말.... 발바닥이...

그래도 이런 시간 참 감사하다.

 

매일매일 감사할 것들이 쌓인다.

오늘이 너무 감사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 중에서 오늘이 제일 평안하고 감사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살자.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