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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썰매 베란다에, 처마 끝에, 가지 끝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들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얼음에 쌓여 있던 세상의 사물들이 허물을 벗는다. 그런데 얼음옷을 벗는데 더 추워 보인다. 얼음옷도 옷인가 보다. 아이들 하교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서는데 작은 아이를 눈썰매에 태우고 큰 아이 손을 잡고 나서는 엄마를 보았다. 눈이 오면 아이를 유모차가 아닌 썰매에 태우고 유치원에도 가고, 시장에도 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8년 전 이르드로 이사 와서 처음 맞은 겨울에 눈이 정말 많이 왔었다. 차가 미끄러져 유치원 앞까지 가지를 못하여 밑에 세워두고 두 딸 양손에 잡고 바들바들 떨며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고양이 발톱 세우듯 걸어가는데, 옆에서는 털장화 신은 엄마가 작은 아이 친구를 썰매에 태우고 씩씩하게 걸어갈 때 얼마나 .. 2008. 1. 9.
무자년 새해맞이 2 오후에 급하게 만든 갈비찜을 들고 유리네 집으로 갔다. 한 해가 어찌 이리 빠른지....아이들에게서 새배받고 세뱃돈 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온단다.아이들은 그저 신이 난다.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그저 들떠서 나팔을 불고 뛰어다닌다. 10시쯤 미리 폭죽을 터트리기로 했다.옷 다 챙겨 입고 베란다로 나갔다.태풍이(유리네 셰퍼드다.)는 무서워서 집에서 바들바들 떨고 나오지를 않는다.초저녁부터 여기저기 폭죽 터지는 소리에 지레 겁먹고 간이 콩알만 해져서 무서워 나오지를 못한다. 불쌍한 태풍이.밖에서 미리 샴페인을 터트렸다.아이들은 아이들용으로. 병나발을 부는 하빈이.맛이 어때? 맛이 이상해. 맛이 없어. 인상 쓰며 맛이 이상하단다. 올 해는 이렇게 아이들과 신나게 폭죽도 터트리고 귀 아플 정도로나.. 2008. 1. 2.
무자년. 새해 맞이 1 뒷집 작은 아이 친구 집에서 전화가 왔다.함께 씰베스타를 보내자고....(이건 나중에 안 사실이고 전화받았을 때는 그냥 아이들끼리놀게 하자는줄 알았다.)오후 5시 눈이 내리는 저녁에 쵸코렛과 와인 한 병들고 릴리네 집을 갔다.5집을 초대하여 함께 씰베스타 하자는 것이었다.에구머니나....  어쩌나......그저 한 두시간 있다가 끝나는 줄 알고 다른 약속을 또 잡아 놓았었다.할 수 없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한 시간 조금 넘게 이야기하다가 나왔다.릴리 집에 들어서니 베란다에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는다.부엌 안의 오븐에서는 통삼겹살을 굽는다.오는 분들이 음식 하나씩을 하고 맥주와 와인들을 가지고 온다.종이 뿔나팔고 준비하고 폭죽도 준비해 놓고, 단단히 준비를 했다. 밤을 세우며 놀 준비를.... 벽난로의 불이.. 2008. 1. 2.
씰베스타를 준비하는 헝가리 12월 31일 밤을 준비하는 헝가리는 분주하다. 예배당 가는 길에 보니 공터마다 임시 장이 열렸다. 가면, 종이 뿔 나팔, 가발, 색종이 테이프, 스프레이 등등등.... 그리고, 각종 다양한 불꽃놀이 제품이 팔리고 있다. 테스코에도 오숑에도 길거리에도..... 95년 처음 헝가리에서 그 해 마지막 밤을 맞을 때 깜짝 놀랐었다. 크리스마스가 너무 조용했기에 별생각 없이 송구영신예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초저녁부터 여기저기 길거리에서 아이들 장난감 같은 나팔소리가 들리기 시작을 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그 소리는 더 많아지고 커지고.... 궁금하던 차에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러 밤 11시가 넘어 집에서 나오니 길거리에 젊은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종이 뿔나팔을 분다. 헝가리 전통이란다. 12월 31일.. 2007. 12. 31.